이미지 크게보기“미국 농장도 다시 위대하게” 2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 농업무역억제 종식법(EATS Act)에 반대하는 광고 문구를 붙인 트럭이 서 있다. EATS Act는 동물 복지 등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법으로, 미국 축산업계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중국산 돼지고기 등의 미국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미국, 對중국 수출통제 강화

31일부터 HBM제품 제재 적용
韓반도체 최근 中의존도 늘어나
외교부 “美규제 우회통로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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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을 통제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차이나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불안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품목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최근 증가세를 보이며 국내 전체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미국의 중국 제재 수위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탈중국·다변화’에 대한 업계의 고심도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수출 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하면서 적용한 핵심 룰은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이다. 이는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장비·기술 등이 활용됐다면 수출 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원천 기술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도 이번 수출 통제를 적용받게 됐다.

전 세계 HBM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양축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대중국 수출도 오는 31일부터 적용되는 이번 조치에 따라 막힐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중국에 수출하는 HBM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량에 가까운 제품을 미국에 공급 중이어서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의 경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 세계 AI 가속기 시장을 장악 중인 미국의 엔비디아에 HBM3(4세대)를 납품 중이며, 이는 주로 H20에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20은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 제재를 피해 성능을 낮춰 내놓은 중국 전용 저성능 제품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대부분 HBM을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고, 삼성전자가 일부 사양이 낮은 HBM을 중국에 수출하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작은 것으로 안다”며 “전체적으로 한국 기업에 끼치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이번 HBM 대중 수출 통제가 HBM을 중국에 직접 수출하는 경우에만 해당하고, 로직칩 등과 함께 패키징된 HBM은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향후 미국 규정이 허용하는 수출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도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통로를 뚫어놔 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K-반도체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최근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품목은 반도체로 올해 1∼10월 규모는 전년 대비 31.5% 늘어난 386억 달러(약 54조2000억 원)로 집계됐다.

김성훈·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