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KakaoTalk_20241202_111029278 배우 조동인

선전·선동의 시대다. 개인 방송을 켠 채 위험한 신념을 전파하며 대중을 홀리는 이들이 적잖다. 그래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2’(감독 연상호)에서 폭력을 서슴지 않는 집단인 화살촉의 리더 ‘바람개비’ 역을 맡은 배우 조동인(35)이 유독 눈에 띄었다. 짙은 분장으로 얼굴을 가린 바람개비는 ‘지옥2’에서 단 한 번도 맨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위험한 선동가를 연기한 배우는 어떤 얼굴을 가졌을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찬바람이 매섭던 지난달 말 서울 성수동 소속사 사옥에서 조동인과 만났다.

촬영 때마다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분장을 걷어낸 조동인은 말간 얼굴의 소유자였다. 욕설을 내뱉으며 신념이 다른 이들을 가차없이 해치우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지옥2’ 공개 후 ‘좋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참 감사했다"면서 "동시 녹음 감독으로 일하는 친형과 밤길을 함께 걸었는데, ‘야∼ 자랑스럽다’고 말하더라. 그때가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바람개비는 모두가 탐내던 배역이다. ‘지옥1’의 선동가 역을 맡았던 배우 김도윤이 주목받았던 터라 ‘지옥2’를 앞두고 바람개비 역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연상호 감독의 앞선 작품인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 기생 생물 역을 맡았던 그는 오디션을 본 후 묵묵히 기다렸다. 최종본에서 편집됐으나, 극 중 "제 이름이 왜 바람개비인 줄 아십니까? 의지가 없어요! 바람이 불면 부는 방향대로 순응하는 삶, 그래서 바람개비예요"라는 대사가 있다. 이는 바람개비라는 인물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인터뷰 도중 이 대사를 읊는 조동인은 다시 그 역할로 들어간 듯했다. 그는 "연 감독님이 ‘쟤는 그냥 바람개비 같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면서 "외롭고, 의지가 없으면서도 독한 바람개비를 연기하기 위해 모텔에서 홀로 지내며 저를 고립시켰다. 사이비를 다룬 다큐멘터리나 유튜브 사이버레커도 찾아보면서 바람개비 캐릭터를 연구했다"고 전했다.

이미지 크게보기지옥2 바람개비 ‘지옥2’에서 조동인이 연기한 바람개비.

‘지옥2’를 통해 조동인은 평소 바람을 이뤘다. 그는 이 작품을 본 이들이 ‘저 배우 누구지?’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실제 분장 뒤 얼굴 한번 공개하지 않은 조동인에 대한 관심이 상승했다. 최근 오디션 및 출연 제안이 부쩍 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는 "‘조동인’이라는 이름 석 자를 알아주는 건 아직 바라지도 않는다. 제 소개를 할 때 ‘지옥2’의 바람개비를 연기한 배우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뿌듯하다"면서 "비중있는 역할로 최근 오디션을 봤다. 이번에는 분장을 지우고 제 얼굴로 인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빙긋이 웃었다.

조동인은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주저없이 ‘국민배우’ 안성기를 꼽았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안성기를 동경했다. 그의 아버지는 안성기의 주연작인 ‘하얀 전쟁’의 각본가로 잘 알려진 고(故) 조세래 감독이다. 아울러 조동인은 안성기의 대표작인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아들 역을 맡았다. 부자가 대를 이어 안성기와 인연을 맺은 셈이다.

"한 영화제 레드카펫에서 마주친 저를 알아본 선배님이 ‘오∼ 왔구나’라며 안아주셨던 기억이 생생하요. 선배님처럼 되겠다는 꿈은 너무 멀죠. 그저 선배님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조금 더 괜찮은 배우가 될 것이란 믿음이 있습니다." 안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