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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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가 끝내 고개를 숙였다.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 논술 ‘문제 유출’ 논란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원을 추가로 선발하는 ‘2차 시험’을 보기로 한 것이다. 재판부가 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자 재시험 여부를 다투는 본안소송을 앞두고 내놓은 궁여지책이다. 2차 시험으로 최대 261명을 뽑게 되는데, 더 뽑은 인원만큼 2027학년도 입시 정원을 줄이겠다는 방침이어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연세대가 들고 온 해결책은 ‘이기적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학교의 시험 관리·감독 실패로 생긴 피해를 미래 수험생과 다른 대학에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최대 피해자는 아무 잘못 없이 자리를 뺏긴 2027학년도 수능 응시자인 현 고1 학생들이다. 당초 기준이라면 충분히 합격할 점수를 들고도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들은 ‘합격자 유출’ 걱정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수시 등록 마감일을 목전에 두고 연세대 2차 시험에 붙어 빠져나가는 인원은 다른 대학엔 그대로 공석이 된다. 2차 시험도 ‘제멋대로 시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세대는 2차 시험에선 최초 합격자만 뽑겠다고 밝혔다. 추가 합격 순번이 돌지 않아 최종 합격자가 몇 명인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상태다. 1차 시험에서 유출 논란이 일었던 단답형 문제는 아예 빼버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렇게 제멋대로 치르는 논술시험은 한국 입시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을 두고 연세대와 교육부 내부에서는 “향후 유사 사례의 표본이 될 만한 적절한 조치”라는 자평도 들린다. 현장의 목소리는 오히려 반대다. 타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대학 실수로 입시에서 ‘빵꾸’가 나면, 미래 정원을 끌어와 해결한다는 최악의 선례가 생겨버렸다”고 비판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선 “261년에 걸쳐 1년에 1명씩 정원을 빼는 것이 낫지 않았냐”는 뼈 있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 연세대는 이번 사태를 넘어, 사태가 남긴 후폭풍에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전수한 사회부 기자 hani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