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송지연 ‘제주풍경’, 117×91㎝, 캔버스에 아크릴, 2024.

미당(未堂)이 ‘자화상’에서 노래했다. 자기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혹서 아니면 혹한. 한마디로 모진 기후라고 해야겠다. 아프리카와 시베리아의 삶이 교차되는 것이 이 땅에서는 일상이다. 그래도 불모에 던져진 실존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부단히 삶의 고비들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숙명이 축복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혹독한 환경 속에서 빛나는 문화가 나온 것처럼, 송지연의 그림도 거친 토대가 유려한 도상을 빚어낸다. 그의 그림이 그림되게 하는 것은 투박하고 거친 바탕이며, 그걸로 8할이 완성된 것이다. ‘임파스토’의 마티에르, 할 수만 있다면 제주의 현무암 돌담이나 석벽보다 더 거친 갈필의 토대를 만든다.

모진 자연환경이 문화만큼은 유려하게 빚어내는 진리를 그림에 담는다. 그에게서 마티에르가 거칠면 거칠수록 도상은 더욱 감각적이고 운치 있게 승화된다. 필치들의 틈새마다 이질적인 색들이 스며 나오는 황량한 혼돈의 대지가 펼쳐진다. 그러나 화룡점정하듯, 형상을 부여할 때 이만 한 극적 반전도 없다.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