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전국부 차장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전동킥보드 한 대에 앞뒤로 청소년 2명이 몸을 밀착해 타고 질주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헬멧 등 안전장비는 하나도 착용하지 않는다. 교통신호도 무시하기 일쑤이고, 좁은 인도에서 보행자 옆으로 빠르게 지나가며 놀라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킥라니(킥보드+고라니)’로도 불리는 전동킥보드의 이런 ‘행패’는 전부 불법이다.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라 전동이륜평행차(일명 세그웨이), 전동기의 동력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전거와 함께 ‘개인형 이동장치’로 구분된다. 그중 전동킥보드와 전동이륜평행차는 승차 정원을 ‘1명’으로 시행규칙에서 못 박고 있다. 승차 정원을 초과해 동승자를 태우고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할 경우 범칙금 4만 원을 내야 한다. 무엇보다 전동킥보드를 타기 위해서는 16세 이상으로 원동기면허나 그 이상급의 면허가 있어야 한다. 무면허로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하면 범칙금 10만 원이다. 전동킥보드를 탈 때도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인명보호장구(자전거용 안전모)를 쓰는 게 의무사항이다. 도로교통법에서 ‘자전거 등’이란 표현은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를 뜻하기 때문이다. 안전모를 안 쓰면 범칙금 2만 원이다.

도로교통법상 개인형 이동장치는 시속 25㎞ 이상으로 운행할 경우 전동기가 작동하지 않아야 한다. 불법개조를 통해 최고속도 제한을 해제하는 경우 범칙금 수준 처벌이 아니라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불법이 판치는 가운데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가 사람을 친 사고의 비중은 지난해 기준 46.0%로, 자전거의 1.75배에 달했다. 또, 개인형 이동장치 교통사고의 35%는 무면허 운전이었다. 지난 6월엔 경기 고양시에서 고교생 2명이 탄 전동킥보드가 산책하던 60대 부부를 들이받아 부인이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울시가 전동킥보드 위험에 맞서 칼을 뽑아 들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사고 위험이 큰 도로의 전동킥보드 통행을 금지해 ‘킥보드 없는 거리’를 추진하겠다고 지난 5일 발표했다. 올해 안에 킥보드 없는 거리 지정을 마치고 시범운영을 거쳐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12월부터는 불법 주·정차된 전동킥보드는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견인하기로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와 스페인 마드리드는 행정구역 전역에서, 호주 멜버른은 일부 도심 지역에서 공유 전동킥보드 운영을 아예 금지하고 있다. 서울시 여론조사 결과, 민간의 전동킥보드 대여 금지에 응답자 75.6%가 찬성하기도 했다. 국회에도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개인형 이동수단의 안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이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돼 있다. 이들 법안이 통과되면 공유 전동킥보드 대여 시 운전자격 확인이 의무화된다. 면허를 인증하지 않고 대여하면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전동킥보드가 도로 위의 무법자로 군림하지 않게 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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