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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경험도 중요하지만, 저는 노래를 위해선 무대 경험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더 많이 서고 싶습니다."

바리톤 김태한(24)은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아시아 남성 성악가 최초로 우승한 뒤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쉴틈 없이 달렸다. 그렇지만 이 전도유망한 ‘신성’은 여전히 무대가 고프다. 21∼2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라보엠’에서 마르첼로 역을 맡으며 국내 오페라 무대에 주역으로 처음 서게 된 그를 1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오페라 주연으로 공연하는 건 프로 무대에선 처음"이라는 김태한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처음엔 노래를 안 하고 무대에 서 있기만 할 때 너무 어색했다"고 토로했다. 주어진 노래를 부르고 곧장 퇴장하는 단역과 달리 주역은 노래를 부르지 않을 때에도 연기하며 무대 위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는 "머릿속으로 타이밍을 생각하면 너무 기계적으로 움직이더라. 극에 녹아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19세기 프랑스 파리의 한 다락방에 사는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은 청춘의 오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대인 김태한으로선 적역인 셈이다.

"성악에 입문한 후 처음 들은 오페라이자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가 ‘라보엠’"이라는 김태한은 "‘오페라의 왕’ 베르디의 작품은 연륜이 쌓여야 소화할 수 있고, 섣불리 도전했다가 목이 상할 수도 있어 푸치니의 오페라로 데뷔하는 건 개인적으로도 축복"이라고 말했다. 막내인 김태한 외에도 미미 역의 소프라노 서선영·황수미, 로돌포 역의 테너 김정훈·문세훈 등 주요 출연진이 MZ세대(1982∼2000년생)에 속한다. 김태한은 "젊은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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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은 올해 국내에서만 두 차례 독일 가곡 무대를 선보였다. 곧게 뻗어나가는 시원한 목소리와 더불어 탁월한 표현력으로 호평받았다. 그는 "소리가 아직 어려서 좋기도 하지만, 캐릭터를 소화할 땐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소리로만 싸우면 나보다 경험 많은 성악가들을 이길 수 없으니 가사에 집중하고 발음에 신경 쓰면서 다채롭게 표현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오페라에서도 ‘목소리 연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리 오페라 가수가 연기를 열심히 해도 연극만큼 디테일을 보여주긴 힘들잖아요. 더구나 전 표정 변화도 없는 편이고요.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감정을 목소리에 담을 거예요. 슬픈 표정보다 슬픈 목소리를 들려주는 거죠."

김태한은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극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부턴 프랑크푸르트 오페라하우스에 솔리스트로 옮긴다. 오페라 ‘코지 판 투테’ 등에서 주역으로 데뷔할 예정이다. 타지에서 숨 가쁘게 달리다 보면 지칠 땐 없을까. 김태한은 "바빠서 오히려 정신적 공허함을 느낄 새가 없다"며 "도전하고 싶은 게 너무 많고, 무대에 오래 남고 싶다는 생각이 뚜렷해진다"고 말했다.

김태한은 롤모델로 42세에 요절한 이탈리아의 전설적 바리톤 에토레 바스티아니니를 꼽았다. 그는 후두암 수술을 하면 목소리를 잃을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에 수술 없이 죽을 때까지 노래를 부른 인물이다. "노래를 못하는 인생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죽기 전까지 노래하고 싶습니다."

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