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재명(왼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전 김동연(오른쪽) 경기지사와 함께 경기 수원시 전통시장인 못골시장을 방문해 상인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성호 기자

김동연과 미리 일정 조율 후 방문…‘대여 단일대오’ 염두에 둔 듯
"대리인 마음에 안 들면 혼내야" 비판도…25일 위증교사 재판이 분수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를 잡기 위해 고심하는 가운데, 21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를 찾아 시민들과 만났다.

22일 민주당에 따르면, 그는 전날 경기도청 소재지인 수원시 못골시장에서 소상공인들을 만나 ‘지역사랑 상품권’(지역화폐) 국고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지역사랑 상품권은 대표적인 ‘이재명표’ 민생 정책 브랜드다. 앞서 민주당은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정부안에 없던 지역화폐 예산 2조 원을 새로 반영한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이 대표의 수원 전통시장 방문에는 비명(비이재명)계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지사가 동행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온누리상품권은 돼도 지역화폐는 죽어도 안 된다고 한다"며 "온누리상품권은 지역 제한도 없고 사용이 매우 불편해 동네 골목을 따뜻하게 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이 죽어라 싸워 상임위에서 2조 원을 증액했는데 여당과 정부는 여론도 존중하지 않는다"며 "대리인이 뜻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주인이 나서야 한다. 마음에 안 들면 (대리인을) 혼 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 함께 한 김 지사도 "정부는 지역화폐 예산을 0원으로 냈지만, 경기도는 1043억 원을 편성했다"며 "당과 경기도는 민생 경제 살리기에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들었다.

김 지사는 또 "경제가 매우 어려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했다"며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 대한민국 대통령인지 달나라 대통령인지 우려스럽다"고 이 대표의 정부 비판에 동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와 김 지사가 정부·여당에 한목소리로 각을 세운 모습이 나온 건, 민생과 경제 이슈를 고리로 한 ‘원팀’ 이미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대여(對與) 단일대오’를 강조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집중된 시선을 분산하고, 당내 분열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대표 측은 수원 방문에 앞서 김 지사 측에 미리 계획을 알리고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 "민생이 어려운 엄중한 상황에서 ‘신 3김’이나 ‘플랜B’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이 대표와 조기에 대립각이 형성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민생·경제 현장을 찾는 ‘먹사니즘’ 행보를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한편, 한동안 계속될 사법리스크에 맞설 원팀 기조를 다져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의도대로 정국이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데 이어, 25일 위증교사 1심 재판에서도 실형이 선고될 경우 그의 당내 입지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