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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법개정안 무엇이 문제

충실의무 대상 주주까지 확대
신속한 투자결정 등 경영 저해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상법 개정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주식의 상대적 저평가)를 해소하고 소액 주주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각종 부작용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법이 개정될 시 남소(소송 남발) 현상과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부추기게 된다고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21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할 시 경영판단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판단한 주주들의 이사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배임죄 형사고발 등 소송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이사가 다양한 이해관계를 합치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신속한 투자 결정이 저해될 수 있다.

재계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도 ‘과유불급’ 조항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행 상법에서 이미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대한 감사위원 1인 분리선출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 사례는 되레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전원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분리선출 인원도 2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 경우 SK그룹이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공격을 받았던 ‘소버린 사태’가 국내에 만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는 집중투표제 의무화 역시 ‘소액주주 보호’라는 원취지와 달리 외국계 투기자본의 ‘먹튀’ 수단으로 변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집중투표제는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의 1주당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는 방식으로 미국·일본 등에서도 도입 이후 부작용이 발생해 폐지한 바 있다. 러시아·중국 등에서 시행 중인 집중투표제에 대해 경영 전문가들도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영 불안정을 가중할 수 있어 현재 개별 기업이 정관으로 채택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이 적용 중이나 민주당은 정관으로 배제할 수 없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