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
허위사실공표 · 비방죄 없애고
당선무효 기준 1000만원으로
국힘 “이재명을 위한 위인설법”

더불어민주당이 공직선거법에서 허위사실공표죄를 없애고, 선거법 위반 당선무효형 기준액을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여당을 비롯해 법조계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아예 법 자체를 뜯어고치기 시작한 것이라는 비판이 21일 나왔다.

박희승 민주당 의원이 지난 14일 대표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의원은 다음날인 15일에는 당선무효의 기준이 되는 형을 벌금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도 발의했다. 두 개정안이 발의된 시점은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 씨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가 각각 이뤄진 날이다. 법안 발의자에는 검사 출신인 주철현 민주당 최고위원과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도 이름을 올렸다.

허위사실공표죄 처벌규정 삭제와 관련해 박 의원은 “미국은 허위사실공표 행위나 후보자비방 행위에 대해 대체로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고 형사 처벌하는 사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부칙에 법 개정 이전 범죄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이 개정되더라도 이 대표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선거법 전문가인 황정근 변호사는 “기존 범죄를 기존 법으로 처벌한다고 해도 처벌 강도는 낮아진다”며 “모든 경우가 다 그렇다”고 말했다. 법 개정으로 죄가 없어진 상황에서 피고인에게 심한 불이익을 주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위인설법’(爲人設法·특정인을 위해 법을 만드는 것)으로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000만 원으로 상향은) 아예 기준을 낮춰서 이 대표의 피선거권 박탈을 막겠다는 아부성 법률”이라며 “이 대표 판결 결과를 민주당이 국회의 힘으로 바꿔보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이 이 정도 수준인지는 정말 몰랐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법안 발의자인 박 의원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 재판과는 무관한 법안으로 판사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소신을 담은 것”이라며 “당 지도부와도 상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윤정선·염유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