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6일 미국 콜로라도에서 경남도 명예도민증을 받은 린디 순 커리(이정순·오른쪽) 씨와 남편 데이비드 커리 씨. 경남도청 제공

■ ‘희망의 다리’설립 후원… 경남 명예도민증 받은 린디 순

2000년 진해‘희망의집’방문
아이들에 편지 쓰고 선물보내
매년 시설아동 2~3명 미 초청
피아노·첼로 등 악기도 지원

창원=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전쟁고아로 미국에 입양돼 성인이 된 후 고국의 시설 아동 후원을 아끼지 않은 린디 순 커리(한국이름 이정순·여·71) 씨가 경남 명예도민이 됐다.

경남도는 최근 커리 씨를 명예도민으로 선정하고, 지난 16일 경남도 LA사무소장을 통해 미국 콜로라도에 거주 중인 커리 씨를 찾아가 명예도민증을 전달했다. 전달식에는 커리 씨의 가족과 후원 활동을 함께해온 지인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18일 경남도에 따르면 6·25전쟁으로 혼자 남겨진 커리 씨는 1953년 미군이 발견해 ‘진해 희망의 집’으로 보내졌다. 커리 씨는 그곳에서 1956년까지 3년간 생활하고, 1957년 3월 홀트입양기관을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다. 입양 후 미국 생활의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고 1995년 데이비드 커리 씨와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다. 결혼 첫해 서울 동부사회복지관에서 아기를 입양하는 등 고국과 인연을 쌓았다.

커리 씨는 2000년 10월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을 때 진해 희망의 집에 들렀다. 그때부터 미국에서 가족들과 함께 진해 희망의 집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고 선물과 후원금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후 진해 희망의 집 아이들을 후원하는 비영리민간단체인 ‘Bridge of Hope(희망의 다리)’를 설립해 본격 후원에 나섰다.

하프 연주자인 커리 씨는 현금 후원은 물론, 아동들의 정서적 성장을 돕기 위해 피아노, 첼로 등의 악기도 지원했다. 또 전액 후원으로 매년 2∼3명의 시설아동을 한 주간 미국으로 초청해 특별한 경험을 쌓도록 했다. 지금까지 미국에 초청된 아동은 38명에 이른다. 커리 씨는 한국의 전래동화를 미국인들에게 전파하는 스토리텔링을 전공해 한국을 알리는 데도 많은 활동을 해 왔다. 이러한 공로로 사회복지법인 경신재단이 커리 씨를 경남도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명예도민으로 추천했다.

명예도민증을 전달받은 커리 씨는 “가슴속에 묻어 둔 고국의 경남도 명예도민이 돼 감격스럽다”며 “잊지 않고 기억해줘 가족들과 함께 더없는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종우 경남도 복지여성국장은 “국경을 넘어 모국을 향한 따뜻한 손길을 보여준 커리 씨의 헌신은 큰 감동을 줬다”며 “나눔과 사랑의 가치가 널리 확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는 지난달 미 해군 진해부대원들의 지역사회 복지활동에 감사함을 표하고자 제임스 A 디파스쿠알레 중령에게 명예도민증을 수여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명예도민증을 받은 인사는 총 52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