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구 동구 한 기초의회 의원에게 온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협박 이메일. 연합

‘중요한 문서’ 클릭하면 합성 사진…피해 의원 수십 명
경찰, 동일범 소행, 수사 착수

대구=박천학 기자

얼굴 사진에 음란물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전국 광역·기초의회 의원들 사이에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피해 의원은 모두 남성 의원으로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과 함께 금품을 요구하는 협박 메일을 받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14일 각 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일 대구 달서구의회 A 구의원이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 협박 이메일을 받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중요한 문서’라는 제목의 이메일에는 ‘지금 당신의 범죄 증거를 갖고 있고 어떤 영향이 터지는지 잘 알고 있을 거다. 문자 보고 당장 연락하길 바란다’는 글과 함께 A 구의원이 모르는 여성을 껴안고 있는 합성 사진물이 첨부됐다. 대구에서만 이러한 메일을 받은 기초의원은 총 4명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전국 청년지방의원협의회 단체방에 피해 내용이 공유돼 메일함을 확인해보니 메일이 와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딥페이크 영상물 피해는 서울, 광주, 대전, 인천, 부산, 강원 등 전국 광역·기초의회 의원 사이에서 잇따르고 있다. 대부분 ‘중요한 문서’라는 제목의 협박성 메일로 피해 의원은 수십 명이다.

광주에서도 기초의원 여러 명이 이러한 메일을 받았고 인천에서는 서구의원, 계양구의원, 부평구의원, 연수구의원, 남동구의원 등 7명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역 여러 명의 기초의원도 같은 종류의 협박성 메일을 받았고 대전에서도 시의원 여러 명이 받았다. 서울 강서구의회 의원 등 서울지역 구의원 4명, 시의원 1명도 협박 이메일을 받았다.

딥페이크 불법 영상물은 각 광역·기초의회 의원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을 이용했으며 협박범은 불법 합성물을 삭제해주는 대가로 5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똑같은 영상물에 의원들의 얼굴 사진만 바꿔 합성해 협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지방경찰청은 해당 의원들의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메일 경로와 협박범을 파악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