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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 재정낭비 대응기구 무용

인천, 1061건 신고 반영 안 돼
경기·강원·부산도 절감액 0원

고발 당한 부서가 내용 검토
성과 못 내는 ‘구조적 결함’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전국종합

정부의 역대급 세수 결손이 2년째 이어지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도 재정운용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여전히 허투루 쓰이는 예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자체마다 지방재정법에 근거한 자체 조례까지 제정해 ‘예산낭비신고센터(이하 센터)’와 ‘예산 바로쓰기 시민감시단(이하 감시단)’을 운영하면서도 최근 3년간 절감한 예산은 ‘0’원에 가까워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13일 전국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자체들은 지방재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막기 위해 2012년부터 법정기구(단체)인 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또 이와 별도로 변호사와 세무사, 회계사 등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감시단도 뒀다. 감시단의 임기는 1년이며 시·도지사가 30~50명 규모로 선발해 위촉한다.

가장 많은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인천시의 경우 최근 3년간 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총 1061건으로 이 중 실제 예산 낭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신고는 9건(0.8%)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해당 부서 검토단계에서 석연찮은 이유로 반영하지 않아 실제 절감한 예산은 0원이다. 인천시는 ‘특정 단체에 지급된 예산을 문제 삼은 신고만 922건(86%)이 중복 접수됐다’면서, 나머지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한 의심 신고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유출 등을 이유로 비공개했다. 인천시는 센터 운영과 감시단에 매년 1000만 원의 예산을 집행한다.

부산시도 같은 기간 72건의 신고를 접수해 이 중 9건을 타당성이 있는 신고로 봤지만, 실제 예산절감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센터 운영 실적을 공개한 대구·울산·경기·경북·강원 모두 예산 낭비 신고를 접수해 절감한 예산은 한 푼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의심 신고 대부분이 예산과 무관한 정치적 사안이거나 극히 개인적인 민원이어서 효율적인 예산집행을 위한 제도나 정책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센터에 접수된 의심 신고를 감시단이 아닌, 예산을 집행한 해당 부서가 먼저 검토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반영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산 낭비를 인정하면 그에 따른 문책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감시단 멤버들은 1년에 한두 차례 간담회 수준의 회의에만 참석해 5만~10만 원의 수당을 받는다. 임춘원 인천시의원은 “센터와 감시단의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면 매년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