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 재편되는 세계 질서

‘2개의 전쟁’ 어떻게 되나
트럼프, 푸틴과 톱다운 협상할듯
중동戰선 이란 고립시킬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4년 만에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되면서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2개의 전쟁’의 흐름도 변화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톱다운 협상에 나설 기미를 보이면서 우크라이나는 국제사회에서 소외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과 친밀한 관계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 등 저항의 축(반미·반이스라엘 연대)에 대한 분쇄 속도를 높이고, 이들의 배후인 이란을 고립시켜 중동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는 1만 명 이상의 북한군 대부분이 쿠르스크로 이동해 러시아군과 함께 쿠르스크 탈환 전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종전을 바라는 트럼프 당선인 복귀에 오히려 푸틴 대통령은 기회를 잡았다고 보고 북한군까지 동원해 전황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 측근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최소 20년 유예하고 현재 전선을 동결한 채 유럽 연합군이 지키는 비무장지대를 조성하는 방안 등이 ‘트럼프 2기’의 종전 구상으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도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사진과 ‘용돈이 끊길 때까지 38일 남았다’는 글을 올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과 함께 미국의 지원이 중단될 것임을 암시했다.

반면 중동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과 전쟁 중인 이스라엘은 중동특사에 유대계이자 자신의 골프 친구인 스티브 위트코프를 임명하며 친이스라엘 기조를 분명히 한 트럼프 당선인의 행보에 거칠 것이 없는 분위기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기간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하는 것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바 있어 이스라엘은 미국과 함께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물론 확전도 마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라파,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에 반대하고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도 만류해왔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로 족쇄가 풀린 셈이 됐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미 대선일인 지난 5일 전쟁 방향을 놓고 자신과 이견을 보여온 온건파인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해임함으로써 전쟁에 더욱 속도를 높일 준비를 마친 상태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