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대선 패배를 둘러싼 책임론을 놓고 내분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버팀목 역할을 했던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대선 패배 원인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지목했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더 빨리 포기하고 당이 경선 절차를 진행했다면 민주당에 더 좋았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더 빨리 후보직을 사퇴했다면 다른 후보들이 경선에 참여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선이 치러졌다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더 잘 해내고 더 강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런 일(경선)은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 후 해리스 부통령을 즉시 지지했기 때문에 당시 경선을 치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의 첫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고령 논란이 일면서 당안팎에서 사퇴 압박을 받자, 대선을 불과 107일 앞둔 지난 7월 21일 대통령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이어 사퇴 1시간 만에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밝혔는데 이 때문에 다른 도전자가 나올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차단됐다는 것이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민주당의 대선 패배 원인을 "노동자들을 버린 결과"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그를 존경하고 지지하지만, 민주당이 노동자층을 버렸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민주당이 노동자층의 표를 잃은 데에는 경제적 문제보다 "총기, 신앙, 성소수자"와 같은 문화적 이슈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