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립 위기’ 첨단산업

삼성전자 ‘메모리 2위’ 가 유일
대부분 美·日·유럽기업에 밀려

차량용 반도체는 차세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워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 센서 등의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과 유럽·미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에서만 공급량 2위를 차지하고 있어 전반적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특히 미래차는 여러 유형의 반도체 집합소다. 차량용 반도체는 파워 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 센서, 메모리 반도체, 인포테인먼트 및 네트워크 반도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및 자율주행 반도체 등으로 구성됐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중 파워 반도체 분야에선 독일의 인피니언, 일본의 온세미, 스위스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이 차지하고 있다. 파워 반도체는 전자식 스위치에서 교류에서 직류로 바꿔주는 역할을 칩으로 소형화시킨 첨단 장치다.

차량 전장 시스템 전반을 제어하는 반도체인 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 분야에서는 일본의 르네사스, 미국의 NXP 세미컨덕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이 글로벌 톱 3 공급사다. 차량 센서 반도체 분야에서도 독일의 보쉬와 일본의 소니 등이 주도하고 있다.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만 삼성전자가 미국의 마이크론에 이어 2위 공급사로 평가된다. 그 외에 자율주행 반도체, 인포테인먼트 및 네트워크 반도체는 모두 미국 반도체 업체가 독주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반도체 제조사는 차량용 반도체-배터리 통합솔루션 전 영역에 대해 일괄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TSMC나 인텔, 마이크론 등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전략적 차별화 포인트인 만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현재 테슬라는 3㎚(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의 최신 공정을 통해 완전자율주행(FSD) 및 도조 칩의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TSMC와 삼성전자 간 경쟁구도를 활용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달 한국경영학회 부회장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기초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전기차 부문의 1위인 테슬라, 그리고 자동차 생산 및 판매량 세계 3위 업체인 현대차·기아와 확실한 전략적 반도체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한국 반도체의 살길”이라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