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 Global Window

“우편투표 부정선거 논란 우려
집계 지연될경우 혼란 불가피”

미국 선거 결과가 초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전문가들은 또다시 2020년 선거 불복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주마다 대선 투표 규정이 다르고 특정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 관련 규정을 바꾸려는 주 정부 차원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어 선거 이후에도 부정 선거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에이미 데이시(사진) 아메리카대 정책정치연구소 디렉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미국동서센터의 한·미 언론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 기자들과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만난 자리에서 “대선에서 우편 투표 등 사전 투표 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2020년 우편 투표 부정선거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면서 “개표의 정확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이지만 집계와 승인이 지연될 경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선거는 사전(우편·방문) 투표와 당일 현장 투표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우편 투표는 민주당, 현장 투표는 공화당에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2020년 대선에서 불복하며 우편 투표 조작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실제 이번 선거가 0.1%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미시간과 네바다 등 경합 주를 중심으로 유권자 등록·우편 투표를 제한해달라는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화당은 이미 20만 명의 자원봉사자를 동원한 선거 감시 체제를 구축했으며,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공화당 하원의원과 고위 공직 후보자의 절반가량이 SNS를 통해 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앨리게니 카운티에서 선거 관련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에비게일 가드너는 “미국 선거법은 주 단위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주마다 유권자 등록 기한, 우편 투표 도착 기준, 무효표 처리 기준 등이 다르다”면서 “특히 주 정치색에 따라 자기 당에 유리하도록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 올해 대선에서도 불공정성 논란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스 인스티튜트의 존 포티에 선임연구원은 이에 따라 이번 대선에서 주목할 날은 11월 5일이 아닌 12월 17일과 내년 1월 6일이라고 강조했다. 12월 17일은 각 당 대의원들이 11월 5일 대선 결과에 따라 실제 주 청사에서 대선 후보에게 투표하는 날이고, 내년 1월 6일은 미국 연방의회가 대선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날이다. 선거 결과가 발표되는 날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불복 시위가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도 선거 결과가 발표되는 이듬해 1·6 의사당 난입 사태가 발생했다. 포티에 선임연구원은 “이번 선거에서도 이런 조짐이 일부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이번 선거는 초박빙 상황인 만큼 꼬투리를 잡으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