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7일(현지시간) ‘2024 프랑스 K-박람회’를 찾은 파리 시민들이 ‘K-북’ 코너에 마련된 한강 작가의 책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 프랑스 최초‘K-박람회’개최… 현지 독자들 뜨거운 관심

‘채식주의자’등 5종 선봬
노벨상 수상 뒤 품귀현상
큰 서점서도 사기 힘들어
“한국문학 더 많이 알고싶어”

파리(프랑스)=글·사진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한강 작가를 비롯해 한국 문학이 궁금해졌습니다. 하지만 책을 구하기 너무 어렵네요.”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프랑스 K-박람회(K-EXPO FRANCE 2024)’를 찾은 컴퓨터 엔지니어 레나(42)는 ‘K-북’ 코너에 비치된 한강 작가의 책 ‘채식주의자’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 파리 대형 서점 프낙(fnac)을 비롯해 루브르 박물관 인근 서점 두 곳을 찾았으나 “지금 한강의 책을 구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프랑스에서 최초로 열린 이번 박람회에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하고자 프랑스 번역 출간작인 ‘채식주의자’ ‘흰’ ‘작별하지 않는다’ 등 작가의 작품 5종을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붉은색 표지가 눈에 띄는 ‘채식주의자’에는 ‘2024년 노벨상 수상작’(PRIX NOBEL 2024)이라는 설명이 붙었다. 프랑스판 ‘채식주의자’와 ‘흰’은 각각 7.9유로(1만1900원), 15유로(2만2500원)로 가격이 책정됐다. ‘채식주의자’에는 “한강 작가는 1970년 한국 광주에서 태어났고, 서울 예술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쳤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에 출판되며, 그 중 ‘채식주의자’를 포함한 소설 두 편은 이미 영화로 각색됐다”는 상세한 소개가 포함됐다.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측은 프랑스에서 출간된 한강 작가의 책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현장 관계자는 “책이 있다고 해서 막상 주문하려고 하면 이미 매진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파리 인근 작은 책방을 뒤져 겨우 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레나는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부터 한강 작가의 책을 구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이번 박람회에 한국 문학도 소개된다고 해서 왔다가 드디어 책을 보게 됐다. 이전까지 한국 문학에 관심이 높은 편은 아니었으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강 작가를 포함해 다른 한국 작가들도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김언수, 강혜숙 작가가 방문해 현지 독자들과 직접 만났다. ‘설계자들’·‘뜨거운 피’ 등을 집필한 김 작가는 ‘설계자들’이 스웨덴에서 번역·출간되며 유럽 시장에 ‘K-스릴러’를 알리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이날 김 작가는 “우리의 존재를 변화시키는 유일한 것은 경험”이라며 “책을 통해 다른 존재를 경험하는 것이다. 살인자, 광부가 되어 보고, 가난한 사람이나 왕과 거지가 되는 체험을 할 때마다 유한한 삶은 무한하게 확장된다. 이것이 책을 읽고 쓰는 유일한 이유”라며 폭넓은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작가의 대담을 지켜본 빅토리아(58)는 “김 작가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여기 왔다”면서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한 후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외에도 더 많은 한국 작가의 책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