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SK하이닉스가 올 3분기 매출 17조5731억 원·영업이익 7조30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24일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반도체대전(SEDEX)’에 참여한 관람객이 SK하이닉스 부스에 설치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살펴보는 모습. 백동현 기자, 그래픽=전승훈 기자

■ SK하이닉스, 3분기 사상 최대 실적

범용 메모리 시장 찬바람 불구
HBM매출 330%↑…급속 성장
글로벌 빅테크 ‘독점공급’ 구축
“2027년까지 주문 예약” 추산도

SK하이닉스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7조300억 원의 3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단연 ‘1등 공신’은 인공지능(AI) 가속기와 단짝으로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다. 스마트폰·PC 등에 탑재되는 범용 메모리 시장 한파에도 SK하이닉스가 AI향 HBM 부문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발휘,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를 상대로 사실상 독점 공급업체 입지를 구축하며 수익성을 사수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는 24일 공시된 3분기 실적 설명자료를 통해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는 탁월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려 일반 D램 대비 5배 이상 값이 비싼 고부가 제품이다. AI 모델의 학습·추론에 사용되는 AI 가속기에 탑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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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1세대)을 개발한 이래 5세대(HBM3E)에 이르기까지 선두 경쟁력을 유지하며 시장을 선도해 나갔다. 특히 전 세계 AI 가속기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지난 3월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했고 지난달에는 12단 제품도 세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 출하·공급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낸드에서도 AI 서버용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 여파로 수요가 덩달아 뛴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판매가 급증하면서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려는 기업의 수요가 커지면서 확실한 매출 효자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SSD는 HBM과 마찬가지로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평균판매단가(ASP) 역시 직전 분기 대비 10% 이상 오르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 질주는 4분기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전체 D램 매출의 30%에 달했던 HBM 비중이 4분기에는 4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4분기부터 엔비디아 등에 HBM3E 12단의 공급이 본격화되면 이익 기여도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AI 메모리 대전(大戰)’에서도 선두 자리를 수성, 반도체 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가겠다는 구상이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최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HBM 주문은 2027년까지 예약돼 있다고 추산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AI 모델의 성능 향상과 고객 수요의 다변화로 커스텀(맞춤형) HBM의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