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1일 권병훈(왼쪽 첫 번째) HD한국조선해양 전동화센터장이 저압 드라이브 부하 적용 제어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 복합위기, 초격차 혁신으로 뚫어라! - (9) HD현대

전기·하이브리드 추진시스템
실증센터서 검증해 비용 절감

선박 대형엔진 회전속도 조절
전력생산 효율 향상 장비개발

HD현대는 지난해 12월 그룹의 새 비전을 선포하며 ‘전동화·자율화 기술’을 기반으로 해양 모빌리티·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HD현대가 조선업을 비롯해 산업기계(건설기계·로봇), 에너지(정유·중전기·태양광) 분야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만큼 전동화 기술 선점은 미래 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좌우할 핵심요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HD현대의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 지난해 11월 개소한 ‘전동화센터’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전동화센터에 대해 “그룹의 새로운 50년을 이끌어나갈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동화 역량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전동화 기술개발과 연구인력 확보를 통해 HD현대의 전동화센터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 전동화센터는 계열사별로 운영하던 전동화 연구조직을 통합해 HD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내 직속센터로 신설한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의 전기제어연구실·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전력전자개발팀·HD현대일렉트릭의 전력시스템연구실이 전동화센터로 묶였다. 현재 국내외 석·박사 48명, 설승기 기술자문(서울대 명예교수), 전문임원과 센터장 등이 근무하고 있다. 권병훈 HD한국조선해양 전동화센터장(전무)은 “전동화와 디지털화는 산업 혁신의 양대 축으로, 서로 긴밀하게 맞물려 미래 기술 발전을 견인할 것”이라면서 “HD현대는 전동화센터를 통해 이런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친환경 기술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HD현대는 전동화센터를 통해 무탄소 전기추진 선박·무인 굴착기 등의 연구·개발(R&D)을 진행하며 조선해양·건설기계 분야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유·무인 함정 전기추진체계 국산화를 추진하며 완전 전기 구축함·호위함 등 혁신적인 함정 전동화도 준비 중이다. 고성능 스마트로봇·전력변환 장치 등의 신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완료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 KDDX 조감도의 모습. HD현대 제공

전동화센터는 용인 미래기술시험센터 내 전기추진혁신센터(EPIC)라는 이름으로 육상 실증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육상 실증센터는 전력변환 시험설비·전기추진용 직류배전 시험설비·하이브리드 추진시험 설비 등을 갖추고 있으며, 고효율 전기·하이브리드 추진 패키지 개발과 실증, 핵심 기자재 성능 검증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동화센터는 HD현대 R&D 조직이 모여있는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와 인접한 용인에 있어 GRC 조직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전동화센터는 전기추진시스템을 육상에서 실증하며 다양한 환경 조건·사고 시나리오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바다에 나가지 않고도 시운전 이전에 다양한 상황을 테스트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동화센터는 육상 실증센터를 통해 탈탄소 규제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독자적인 핵심 기술을 속속 확보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 8일 국내 최초로 ‘선박용 대용량 저압 드라이브’(VFD) 개발에 성공했다. 선박용 VFD는 모터의 회전 속도를 조절해 전력 생산 효율을 높여주는 장비다. 선박 추진용 대형엔진의 회전 동력 일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인 ‘축 발전 시스템’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앞서 지난 5월 HD현대는 대형선 전기추진 시장 선점을 위해 미국선급협회(ABS)와 선박용 고압 직류 송배전 시스템(MVDC) 선급 규정 및 연구를 위한 상호 협력 협약(MOU)을 맺었다. MVDC는 1.5∼100㎸ 사이의 고압 전기를 직류로 송전하는 기술을 말한다. 교류송전 대비 에너지 손실이 적다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전력 공급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MVDC를 대형 전기추진 선박에 적용할 경우 기존 교류 전력계통 대비 전기 에너지 통합 효율을 최대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 밖에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5월 독자 개발한 전기추진시스템이 탑재된 하이브리드 전기추진선 ‘블루 웨일호’를 건조했고, HD현대미포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 직류 기반 전기추진선 ‘울산 태화호’를 만들었다. 권 센터장은 “전동화 기술은 함정과 건설기계 분야에도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며 “특히 HD현대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을 위한 통합전력시스템(IPS)을 독자 설계해 함정의 전력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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