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시리즈가 거듭할수록 순해진 베놈. 소니픽쳐스 제공

23일 개봉한 영화 ‘베놈: 라스트 댄스’(감독 켈리 마르셀)는 시리즈의 단점을 반복한다. 명예회복을 끝내 하지 못한 채 시리즈를 싱겁게 마무리한다. 인간을 숙주 삼은 마블 최초 ‘빌런 히어로’로 독특한 존재감을 뽐낼 것이란 기대감은 이미 바닥났지만, 그럼에도 남은 조그만 기대마저 채우지 못한다.

강렬한 존재감을 기대했던 팬들에게 에디 브록(톰 하디)과의 브로맨스만 줄창 보여줬던 전작들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에디와 베놈은 서로를 애절하게 부르며 절절한 이별의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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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코믹스상 타노스 급의 강력한 빌런 ‘널’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지만, 어둠의 왕이라는 널은 영화 내내 어둠 속에서 머물뿐, 끝내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베놈과 정면대결은커녕 만나지도 않는다는 얘기다.

베놈은 널 대신 널이 보낸 ‘괴물’ 제노페이지와 힘겹게 싸운다. 베놈 외에 수많은 심비오트들이 인간과 결합해 떼로 싸운다. 쉽게 말해 베놈같은 외계 생명체가 떼로 등장해 적에 맞서 싸운다는 얘기다. 마지막 전투 장소가 심비오트를 연구 중이었던 연구소 부근이어서 수많은 심비오트들의 집단 전투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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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자’를 자처하며 착한 영웅이 되어버린 베놈의 성격 변화는 논외로 하더라도 에디와 베놈이 그리도 어려워했던 결합이 다른 심비오트와 인간들 사이에선 너무 쉽게 착착 이뤄지는 데서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다. 에디와 베놈의 불협화음이 ‘베놈’ 시리즈의 재미요소이자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1∼2편의 각본가가 연출을 맡은 탓인지 이번 작품엔 에디와 베놈의 티격태격, 알콩달콩 주고받는 수다가 유독 많다. 치웨텔 에지오포, 주노 템플 등 연기력 갖춘 배우들이 새롭게 합류했지만, 기능적인 역할에 그친다.

다만 그 덕분에 애증을 넘어 진정 서로를 위하게 된 에디와 베놈의 감정선 형성은 충실하게 이뤄진 편이다. 다른 개연성은 무너졌지만.

개봉 첫 날 예매율 40%를 넘으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전편 역시 비평적 측면에선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지만 각각 1편 388만 명, 2편 ‘렛 데어 비 카니지’ 212만 명으로 흥행한 바 있다.

이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