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올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100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또, 개인사업자의 75%가 월 소득이 100만 원 미만이라고 한다. 코로나19 이후 국민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경제 침체는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경제 침체를 극복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선 국회의 입법과 행정부의 효율적 집행이 동반돼야 한다.

지금까지 제22대 국회를 보면 국민의 비난을 받았던 21대 국회와 별다를 바가 없다. 역대 최장 지각 개원식의 오명으로 시작한 이번 국회에서도 타협과 합의라는 국회 운영의 덕목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지난 국회보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해 비난의 공세를 퍼붓는 야당과 대통령 부부를 감싸려고 하는 여당 사이에 갈등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에서 재의결에 실패해 법안이 폐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은 취임 후 24건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중 김건희 여사특검법이 2번, 채상병특검법이 3번이다. 17일 민주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맞서, 수사 대상을 기존 8개에서 14개로 확대된 세 번째 김건희특검법을 발의했다. 정당 간 갈등의 중심에 쌍특검법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야당이 주장하는 쌍특검법 내용은 국기 문란과 관계되는 중차대한 문제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문제는, 야당이 쌍특검 추진에 총력을 기울이는 대치 정국으로 인해 여야 간 접점이 사라지고 이견이 없는 민생과 경제 법안들이 본회의는 고사하고 상임위의 벽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야당이 발의한 특검법은 소관에 따라 해당 상임위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면 된다. 그리고 민생 법안은 관련 상임위에서 권한에 따라 심의하면 된다. 모든 상임위가 특검 정쟁에 휘말려선 안 된다. 그런데 소관 상임위와 관련 없이 전방위로 정치 공세를 펴겠다는 야당의 전략이 민생 법안 처리를 막고 있다.

지난 8월 28일, 개원 후 100일간 단 1개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국회에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여야는 전세사기특별법을 비롯한 28개의 민생 법안을 합의해 통과시켰다. 당시에도 쌍특검이 제기되고 있었다.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민생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 7월 ‘먹사니즘’을 선언했다. 민생 문제가 최우선 과제라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셈이다.

결국, 여야가 극단 대립하는 안건들에 집중하다 보면 합의 가능한 안건들마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 국회가 모든 안건을 동시에 꺼내 놓지 말고 갈등 정도에 따라 논의 영역을 구분하면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즉, 여야 사이에 합의가 어려운 갈등 안건들을 한 영역으로 하고, 이와 분리해서 민생과 같이 갈등이 적은 문제를 다루는 또 다른 영역으로 해서 관리하는 투 트랙 방식을 사용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지방선거는 1년8개월 뒤에 있고, 차기 대선까지는 2년6개월이나 남았다. 지금은 여야가 기초단체장 재보선 승리에 취할 때가 아니라, 정치의 본질인 민생을 돌보는 일에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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