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왜곡행위 땐 징역형”
당론 채택 과정서 친윤과 갈등 가능성

국민의힘이 여론조사 왜곡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명태균 방지법’(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한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과 당내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연루된 명태균 씨를 겨냥한 법안이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발의되면서 당론 채택 과정에서 친윤(친윤석열)계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한계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정치 브로커와 부정한 여론조사기관의 선거개입을 차단하고 선거여론조사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며 ‘명태균 방지법’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여론조사를 왜곡한 행위에 대해 벌금형(3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을 폐지하고 징역형(5년 이하)만 유지해 형량 기준을 강화했다. 여론조사기관의 등록취소 사유를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확대하고, 1회라도 이를 위반한 기관·단체의 재등록을 막아 영구 퇴출(원스트라이크 아웃)하는 내용도 담았다. 또 여론조사기관이 조사설계서와 설문지, 결과분석자료 등 여론조사 관련 자료 일체를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을 기만하고 정치를 혼탁하게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한 법률안이 박 의원 등을 통해 오늘 발의된다”며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을 관중석의 관중으로 만들어온 것이 이런 여론조사 장난질로, 그동안 많은 의심과 국민의 정치불신을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가 ‘명태균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친윤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명 씨가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으로도 연결돼 있어, 친윤계는 당내 사안을 계속 키운다는 이유로 당론 채택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공동발의자로 친윤계 강명구·김민전 의원이 이름을 올렸지만, 법안 발의와 별개로 당론 추진은 의원총회를 통해 전체 의원들의 추인을 받아야 한다.

박 의원은 “한 대표와 상의를 거쳤고 이런 문제에 있어 우리 당이 정치 혁신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그간 여러 사건들로 여론조사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아져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친윤·친한계, 여야의 문제로 바라볼 수는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