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AP 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오는 27일 치러질 총선거를 앞두고 ‘비자금 스캔들’ 연루된 자민당 의원들을 공천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아사히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가 최단 기간 중의원 해산, 조기 총선을 선택하면서 새로운 후보를 공천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데다, 당 최대 그림자 파벌인 아베파와 갈등을 피하려는 의도지만 부정적 여론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시바 총리와 자민당 집행부는 비자금 문제로 징계받은 의원이 당 지역 조직에 지역구 공천을 신청할 경우 공천과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다만 재발 방지 약속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사히는 "비자금 의원을 배제하고 새로운 후보를 공천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타협하는 방향으로 기운 듯하다"고 짚었다. 내각 인사에서 단 한 명도 등용되지 않은 옛 아베파 소속 의원들이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인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자민당 일부 파벌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돈을 다시 넘겨주는 방식으로 장기간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 검찰 수사 등으로 비리가 공개되자 기존 최대 파벌이었던 ‘아베파(36명)’과 ‘니카이파(39명)’등을 징계했지만 이 중 34명은 ‘선거 공천 제외’보다 낮은 수준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 이후에도 전임 기시다 후미오 내각 지지율은 퇴진 위기 수준인 10∼20%대에 머물렀지만 여론은 여전히 좋지 않다. 아사히가 지난 1∼2일 11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75%는 비자금 문제 실체 규명과 관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도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비자금 연루 의원을 공천하지 않겠다고 했고, 지난 1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는 비자금 문제에 대해 "국민이 납득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리가 여전히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옛 아베파와 갈등을 피하기 위해선 비자금 연루 의원을 공천하는 쪽으로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비판 여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마이니치신문이 사회조사연구센터와 함께 지난 3일 18세 이상 20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비자금 사건으로 문제가 된 의원을 공천하는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응답자는 70%에 달했다.

한편 지난 1일 출범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46%로 50%를 밑돌았다. 이시바 총리는 전날 취재진과 만나 출범 직후 내각 지지율이 역대 정권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조한 편인데 대해 "(지지율이) 높지 않다는 것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