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 아들’ 진 회장 저택, 시민 품으로…옛 부산시장 관사, 복합문화공간으로 오늘 개방

이미지 크게보기 도모헌 외부 공간의 모습. 시는 붉은 벽돌과 천장 나무를 그대로 살려 이 건물의 역사·건축학적 의미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사진 속 회색벽 왼편에는 현대적으로 건축해 현대와 과거의 가치를 이어가려는 도모헌의 정신을 담았다.

건축가 김중업 씨 후기 작 40여 년 만에 개방
개관식에 박형준 시장과 시민 100여 명 참석
시민들 “군사 정권 시절 ‘지방 청와대’로 사용됐는데”

부산=이승륜 기자

옛 부산시장 관사가 24일 시민에게 전면 개방된다. 이 시설이 생긴 지 40여 년 만에 이뤄진 조치로, 부산시는 문화복합시설로 탈바꿈한 시설에 시민이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부산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장소라는 의미를 담아 ‘도모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부산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도모헌 정원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한 종교·언론·상공·여성·청년계 등 여러 분야 내빈과 시민 등 100여 명과 개관식을 연다. 시는 개관식에서 옛 시장관사의 역사와 리모델링 과정을 알리고 향후 지역사회 문화복합시설로 운영될 도모헌의 역할을 알릴 예정이다.

도모헌은 국내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 씨의 후기작으로, 지난해 7월 건축가 최욱 씨의 설계에 따라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해 올해 6월 준공됐다. 시는 기존 건물의 역사·건축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창의적 복원했다고 전했다. 관공서 건물의 느낌이 나지 않도록 기존 틀은 살리면서 공간을 허물고 덧붙이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기능하도록 다양한 시도를 했다고 한다. 또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간인 야외공간도 정비해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보행로를 개선하는 등 휴식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도모헌 정문에 걸려있는 현판.

과거 도모헌은 군사 정권 시절 ‘지방 청와대’로 불리며 대통령의 지방 숙소로 사용되거나 역대 시장 관사로 활용됐다. 그러다가 박 시장이 지난 2021년 4월 시장 취임 이후 관사에 입주하지 않고 시민에게 관사를 개방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번에 리모델링 돼 시민의 품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부산연구원이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참고해 도모헌의 활용 방안을 연구해 공연 행사 교육이 가능한 복합문화시설로 활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도모헌은 또 ‘재벌 집 막내아들’, ‘지배종’ 등 인기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알려져 새로운 관광명소로 주목받기도 했다. 기존에는 평일에만 본관을 제외하고 외부 시설만 공개했는데, 이날 개관식 이후 전면 개방된다.

도모헌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로,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무다. 시는 도모헌을 시민이 ‘걷고 머물고 기억하는 공간’, ‘산보 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할 예정이다. 또 세계적 명사가 참여하는 강연과 지역의 분야별 리더가 함께하는 이야기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민에게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제공하려고 한다. 시는 또 야외 프로그램으로 가족·어린이 등이 함께 할 수 있는 영화, 음악, 마술쇼 등의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

도모헌은 국제회의, 토론회, 학술회의 등의 소규모 국제행사와 연회도 가능해 시는 이 시설이 부산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 시장은 “도모헌이 부산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 쉼과 영감을 주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속해서 가꾸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도모헌의 이번 개방을 앞두고 시민들은 “군사 정권 시절 ‘지방 청와대’로 사용됐는데 이렇게 자유롭게 와서 볼 수 있어서 감회가 남 다르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도모헌 내부 과거 시장 집무실 공간에 전시돼 있는 현대 미술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