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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했습니다 - 이정현(33)·유예리(여·33) 부부

7년 전 겨울 남편은 제(예리)가 일하던 직장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단순히 업무 이야기만 주고받던 저희는 부서 송년회를 기점으로 조금씩 썸을 타기 시작했는데요. 부서 특성상 출장이 잦았던 남편이 회사에 복귀할 때 제 선물을 챙겨 오더라고요. 저도 자연스럽게 답례품을 주다 보니 어느새 사적인 이야기를 할 정도로 친해졌죠. 그러다 남편이 같이 일하던 부산에서 수원으로 발령이 나 송별회를 해줬는데요. 그때 남편이 고백하더라고요. 부산과 수원 장거리 연애를 할 자신이 없던 저는 딱 잘라 거절했고, 남편도 마음을 접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서로 연락이 끊겼는데 돌아온 제 생일에 집으로 택배가 도착해 있더라고요. 남편이 보낸 고급 와인이었습니다. 끝까지 제게 호감을 표시하는 남편에게 저도 마음을 열기로 했습니다.

남편은 누구보다 자상한 사람이었어요.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갔는데, 갈치의 살을 발라 모두 저에게 건네주더라고요. 엄격하고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란 저에겐 상상도 못 한 일이었죠. 결혼 전에 제가 아팠던 적이 있는데요. 그때 ‘이 사람을 놔줘야 하나’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힘들었지만, 남편은 항상 든든히 제 옆을 지켜줬어요. 덕분에 건강을 회복해 지금은 완전히 ‘남편 껌딱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저희는 2022년 10월 결혼해 이제 2년 차에 접어든 신혼부부입니다. 요즘 제가 공을 들이는 건 ‘남편 기 살리기’입니다. 남편은 연애 시작부터 결혼한 지금까지 항상 제 의견을 먼저 존중해 줘요. 그러다 보니 남편에게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릴 때도 잦았는데요. 한 번은 남편이 술김에 “지금껏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 것이 있느냐”면서 불만을 털어놓더라고요. 돌이켜 보니 집 안 인테리어부터 모든 게 남편이 아닌 제 뜻대로만 결정됐단 걸 깨달았어요. 최근엔 남편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무조건 ‘YES’를 외쳐주고 있답니다.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