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7월18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예람 중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군수도병원 장기안치 시신 9구, 강모 상병 최장기간 21년 7개월 안치
최근 5년간 장기안치 시신 장례 11건 치러져
허영 의원 “군 사망자 사망원인 철저한 규명 이뤄져야”

국군수도병원에 장기 안치된 군인 시신 9구가 사고 원인의 정확한 규명 요구, 군 수사당국의 장기 수사 등으로 인해 안장되지 못한 채 국군수도병원에 장기 안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가 11일 국회 국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군수도병원에 장기 안치돼 있는 시신은 총 9구로, 사망 원인은 자살, 총기에 의한 사망, 그 밖의 사고 등이다.

국군수도병원에 장기안치된 시신 중 최장 안치 기간은 21년 7개월이었다. 2003년 1월 24일 안치된 고(故) 강모 상병이다. 유가족은 지금도 사망원인 규명을 요구하며 시신 인수를 거부하고 있다. 2018년 11월 17일 사망한 고 최모 일병 사건 또한 유족들이 ‘자살을 할 이유가 없었다’며 원인 규명을 촉구해 5년 9개월째 안치 중이다. 이 밖에도 짧게는 6개월에서 3년에 이르기까지 7구의 시신이 장기안치 중이다.

최근 5년간 이렇게 장기 안치된 시신의 장례는 모두 11건이 치러졌다. 이 중에도 정확한 사망원인 규명을 요구하다 결국 18년 9개월(채모 일병), 13년 2개월(오 모 이병) 만에 장례가 치러진 경우가 있었다. 지난 7월 고 이예람 중사도 사망 후 3년 2개월 만에 장례가 치러졌다.

이미지 크게보기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허영 의원실 제공

허 의원에 따르면 국군수도병원의 장기 안치 시신은 대부분 유가족이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을 요구함에 따라 장례를 치르지 않거나, 군 내 부조리 또는 가혹행위 등으로 사망함에 따라 그 원인이 된 경위를 밝히기 위한 수사가 오랜 기간 진행됨에 따라 장기안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육군 강모 상병은 차고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충격으로 인한 외상이 있었으며, 자살 사유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군 헌병대는 자살로 결론짓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강 상병 의문사 진상 논란이 이어지면서 가장 오랜 기간인 21년 7개월째 국군수도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다.

5년 8개월 동안 안치 중인 공군 최모 일병은 상급자의 비인격적 언행과 가혹 행위로 인해 생활관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2년간 안치돼 있는 공군 강모 하사는 부대 내 부당행위와 더불어 불안, 우울감에 빠져있는 동안 적절한 관리 조치를 받지 못한 채 극단적 선택을 하고 현재도 국군수도병원에 안치돼 있다.

허영 의원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군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죽음의 사망원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아 유가족은 참담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군이 하루라도 빨리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망 경위를 정확히 밝혀 유가족의 답답함을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 스스로 군내 가혹 행위 등 부조리 근절을 통해 우리 젊은 군인들이 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을 선택하고 장기 안치되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