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세계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과 컵라면을 개발한 안도 모모후쿠. 닛신식품 홈페이지

■ 역사 속의 This week

‘꼬불꼬불 꼬불꼬불 맛좋은 라면/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 나/ 하루에 열 개라도 먹을 수 있어/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좋은 라면~’

TV 만화 ‘아기 공룡 둘리’에 나오는 노래처럼 한국인의 라면 사랑은 각별하다. 근래 1인당 라면 소비량 세계 1위를 베트남에 내줬으나, 여전히 연간 70개 이상으로 매주 한두 개씩 먹는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라면은 1958년 8월 25일 일본에서 처음 출시됐다.

인스턴트 라면을 발명한 주인공은 일본 닛신식품의 창립자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 대만에서 태어난 그는 1933년 일본으로 건너와 섬유도매상·무역업 등을 하면서 큰돈을 벌었다. 그러나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신용조합이 파산하면서 48세에 무일푼 신세가 됐다. 라면 사업에 뛰어든 것은 이때였다. 당시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는 훗날 자서전에서 “추운 밤 라면을 먹기 위해 식당 앞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회고했다.

어느 날 아내가 튀김 요리를 만드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국수를 튀기면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미세한 구멍들이 생기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수분이 흡수돼 면발이 다시 부드러워지는 원리로, 1958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치킨 라면’이 탄생했다. 그는 1971년 컵라면 개발에도 성공해 식품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닛신식품을 일본 1위 라면업체로 성장시키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2005년에는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일본인 우주비행사를 위해 ‘스페이스 라면’을 만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먹거리가 풍부해야 인류에 평화가 온다”는 신념으로 라면 개발에 평생을 바친 그는 2007년 97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매일 라면을 먹었다고 한다.

인스턴트 라면을 국내에 들여온 사람은 삼양식품 창업주인 고 전중윤 명예회장이다. 1960년대 초, 먹을 게 없어 미군 부대 잔반으로 끓인 ‘꿀꿀이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이들을 보고 그는 일본에서 먹어 본 인스턴트 라면을 떠올렸다. 닛신식품의 경쟁사였던 묘조식품에서 기술을 전수해 1963년 9월 국산 라면을 시장에 내놓았다. 한 봉지 가격은 10원으로 초기엔 반응이 좋지 않았다. 일본처럼 닭 육수를 바탕으로 한 하얀 국물이었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한국 사람들은 맵고 짭짤한 맛을 좋아하니 고춧가루를 좀 넣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해 지금의 빨간 국물 라면이 됐다. 정부가 혼분식 장려 정책을 펼치면서 한 끼 식사로 자리 잡았다.

한국인의 밥상에 오른 지 60여 년, 이제 K-라면은 한류 열풍을 타고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짜파구리’가 등장해 큰 화제를 모았고,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라이브 방송에서 ‘불닭볶음면’ 먹방을 선보인 후 ‘매운맛 챌린지’가 유행했다. K-라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라면의 원조 닛신식품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모방하는 역전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 라면은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수출액이 6억 달러에 육박해 처음으로 연간 1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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