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부산 여객선사 전면 제한

“바다 위서 화재땐 진압 어려워
대형사고 우려 승객보호 조치”

전남~제주 항로 운항 선사들은
충전율 50% 이하 차량만 선적

울릉=박천학·통영=박영수·부산=이승륜 기자, 전국종합

최근 인천 아파트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여객선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지하주차장처럼 차량이 밀집된 여객선에서 불이 나면 대규모 화재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정부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구조기관의 신속한 지원도 어려워 대형 인명 피해 우려가 커지는 만큼 여객선사들이 잇따라 전기차에 대한 규제에 나선 것이다. (문화일보 8월 5일자 10면·7일자 12면 참조)

19일 각 여객선사 등에 따르면 경남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연화도∼욕지도를 운항하는 A 업체 등 2개사는 전기차 선적을 전면 금지했다. A 업체 관계자는 “여객선 운항 중 전기차에서 불이 날 경우 진화할 방법이 없는 데다 침몰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승객 안전 확보와 회사 자산 보호 차원에서 전기차 선적을 금지했다”며 “운행약관에도 안전에 위험이 있을 경우 선적을 거부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A 업체는 차량 최대 22대, 승객 700명을 수송하는 여객선을 통영∼욕지도 항로에 하루 3차례(3대) 운항하고 있다. 경남 삼천포∼제주를 1주일 6차례(왕복) 운항하는 B 업체는 전기차를 가장 뒤쪽 입구에 선적하고 있다. 이 업체 측은 “전기차 화재가 진화되지 않을 경우 신속하게 바다에 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육지와 경북 울릉군을 오가는 여객선도 전기차 선적이 제한되고 있다. 에이치해운은 오는 9월 1일부터 울릉 사동항여객선터미널과 울진 후포항여객선터미널을 오가는 울릉썬플라워크루즈호에 전기차 선적을 중단한다. 에이치해운은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진압 장비를 갖출 때까지 전기차 선적을 멈추기로 했다. 울릉썬플라워크루즈호에는 승객이 최대 628명 탑승하고 차량 200여 대를 실을 수 있다.

울릉크루즈는 지난달 22일부터 울릉 사동항여객선터미널과 포항 영일만항여객선터미널을 오가는 여객선에 배터리 충전율 40% 이하의 전기차만 싣고 있다.

전남에서 제주항로를 운항하는 여객선사들은 전기차 선적 기준을 배터리 충전율 50%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전기차 선적 규제에 따라 목포·여수·완도·진도에서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은 매표 과정에서 전기차 소유주에게 이같이 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수엑스포여객선터미널에서 제주로 가는 여객선은 전기차 탁송도 금지됐다.

부산의 고려훼리는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福岡), 부관훼리는 부산과 시모노세키(下關)를 오가는 여객선에 전기차를 선적하지 않고 있다. 펜스타크루즈도 부산과 오사카(大阪)를 오가는 여객선 내 전기차 선적을 전면 제한 중이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지난 8일 전기차를 배에 실을 경우 배터리 충전 상태를 50% 미만으로 제한했다. 또 여객선 운항 중에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을 금지하고 충돌 흔적이 있거나 사고 이력이 확인된 전기차는 실을 수 없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