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17년 12월, 마라톤 대회 후 타이베이 시내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이봉주 선수가 한국에서 여행 온 어린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 응원합니다 - 마라토너들의 우상 이봉주 선수 <하>

마라톤 대회를 마치고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동행한 기자들과 옛날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역시 이봉주 선수가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3초 차이로 금메달을 놓친 이야기다. 본인 스스로 “너무나 아쉬운 대회였다”고 한다.

주변 모든 사람이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같이 그를 칭찬한다. 지금도 변함없이 꾸준히 달리기 연습을 하면서 마라톤대회에 출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옛날 전성기 같은 기록이 나오지는 않지만, 변함없이 서브스리(Sub3·3시간 이내에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것)를 한단다. 세계적인 선수이니만큼 꾸준한 기량을 유지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나이를 먹으면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가 본받을 만하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식당에서 식사 중인데 갑자기 어수선해지면서 이봉주 선수 근처로 한국에서 여행 온 어린아이들과 엄마들이 몰려들었다. 그를 알아보고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린아이들이 유명한 그와 함께 사진을 찍고 훌륭한 사람이 되게 하고픈 엄마들의 바람이 행동으로 옮겨진 것인가 보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유명인사 가까이 사람들이 몰려들지 못하도록 막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제지를 받고 머쓱해하는 엄마들이 안쓰럽게까지 느껴지는 순간, 그가 벌떡 일어나더니 “모두 이리 오세요”라며 아이들과 엄마들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 마치 예수님이 ‘어린아이들을 용납하고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천국이 이런 자의 것이니라’고 하신 것처럼 순간 아이들과 엄마들이 일제히 ‘와∼’하면서 몰려와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은 누가 봐도 가슴 뭉클하고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광경은 귀국 길의 인천공항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주었다.

그런 그가 지금 근육긴장이상증이란 뇌신경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앓고 있다. 말 그대로 비정상적인 근육의 움직임이 생기는 것으로 근육이 마음대로 꼬이는 증상이 신체의 다양한 곳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의 희망처럼 다시 달리고 싶은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나의 마라톤 200회 완주 축하 메시지를 그에게 받은 이후부터 매년 연말에 우리 가족 사진으로 만든 연하장을 보내면서 마음속 깊이 완쾌를 빌기도 했다.

최근에 안 사실인데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잃고 혼자 남게 된 조카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더욱 짠하게 와 닿는다. 게다가 힘든 아빠와 보조를 맞추어 함께 달리기를 시작한 아들이 내 고등학교 후배라는 사실에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봉주 선수가 지금 많이 힘들어하는데 어떻게 도움을 주어야 할지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행히 최근에 건강상태가 많이 좋아져 조만간 달리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단다. 내가 곧 마라톤 300회를 완주하게 될 텐데 초청해서 짧은 거리라도 함께 달렸으면 하는 소망이 생긴다. 그의 완전한 쾌유를 기원하며 오늘도 성심을 다해 기도로 응원해본다.

정희순(이랜드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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