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더글러스 어윈 미국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달 11일 워싱턴DC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서 가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 충돌과 보호주의 확산 등 글로벌 무역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충돌하는 세계와 한국의 길

(4) 더글러스 어윈 美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

만약 트럼프가 대선 이긴다면
듣도보도 못한 정책 내놓을 듯
韓, 관계의 어려움 헤쳐나가야

글로벌 금융위기+차이나 쇼크
무역·안보 등 美·中 관계 붕괴

WTO 다자주의·자유무역 목표
회원국간 큰 이견… 달성 난관
美, CPTPP 등에 초점 맞출 것

보복·응징 두렵게 느끼겠지만
中, 보이는 것만큼 강하지 않아

워싱턴=글·사진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오는 27일 국제포럼 ‘문화미래리포트 2024’의 기조연설자로 참석하는 더글러스 어윈 미국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 간에 무역 갈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 등이 한국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 “한국에 대한 워싱턴 주류 의견이나 관점은 한국이 무역 관계나 파트너로 매우 긍정적이라는 것”이라며 “양국의 경제적 유대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들이 들어본 적조차 없는 정책을 계획하고 있을 수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시)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능수능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윈 교수는 한국 일부 정치권의 현금 지원 정책 추진에 대해 “‘다양한 균형(various trade off)’을 고려해야 한다”며 “일부 사람들에게는 안정을 제공하지만, 노동을 저해해 세출입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양면성이 있다. 이런 점들은 균형을 이루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한 어윈 교수의 일문일답.

―미·중 간 통상 갈등은 바이오, 자동차, 반도체, 태양광 패널 등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양국 간 경제 패권 경쟁이 어느 정도까지 심화할 것인지, 또 예상되는 중국의 보복조치 및 국제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전망한다면.

“많은 것들이 ‘중국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시진핑(習近平)(중국 국가 주석)은 선대 지도자들과 아주 다른 방향으로 중국을 통치하고 있다. 따라서 양국 관계에 대한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냐 하는 것은 중국이 미국에 대해 하는 것에 좌우될 것이라고 본다. 만약 중국이 방침을 바꿔 ‘봐라, 우리 정책은 경제에 효과를 내지 못한다. 우리는 조금 더 개방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하면 그것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면 미국은 중국에 대항하거나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어떤 경제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그렇게 집중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해서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중국의 행동이나 입장이 변하기 전까지 미국은 중국에 대한 관점을 바꾸지 않을 것이란 점을 말하고 싶다.”

―한국은 경제 안보를 지키기 위해 미국 대선 결과에 맞춰 어떤 대비를 해야 하나.

“양국의 경제적 유대는 계속될 것이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어떤 일이 벌어졌었는가에 대한 우려는 조금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능수능란해야 할 것이다. 워싱턴에서의 한국에 대한 주류 의견이나 관점은 무역 관계나 파트너로서 매우 긍정적이란 점을 말하고 싶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때때로 자신만의 관점을 드러내곤 한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한국에 대해 편하게 혹은 강경하게 대처할 것인가, 한국에 어떠한 요구를 해야 할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공방이 있을 것이다. 한국은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 그 상황을 탐색해야 하고 많은 불확실성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물론 4년 사이 아무런 악재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제경제, 자유무역에 있어 한국에 조언을 한다면.

“한·미 양국의 새로운 관계와 관련해서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어떤 입장일까. 곤란한 입장일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은 중국과 경제적으로 깊고 가치 있는 유대 관계인 동시에 미국과는 안보와 경제적 유대 모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현재도 그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미국과 밀착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가 파탄 나 한국 경제가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 이것이 한국 정책입안자들에게 도전 과제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만을 선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의 보복과 응징이 너무 두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보이는 것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중국도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그냥 차단할 수는 없다.”

―최근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강화하고 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보호주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미 대선 결과를 전망할 수는 없지만 어떤 후보가 당선되는가에 따라 어떤 정책이 나올지는 예상할 수 있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무역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모든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와 중국 상품에 대한 60% 관세를 언급했다. 이것은 그가 취할 수 있는 많은 정책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들은 우리가 들어본 적조차 없는 정책들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에 캐나다, 멕시코, 한국 같은 자유무역 파트너에 대한 예외조항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구체적인 정책 내용이 더 드러나야 알겠지만, 우리(미국)가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심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보호주의 흐름 강화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근본적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동시에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는 2008∼2009년 사이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노동자 등 당시의 위기로 고통받던 많은 미국인은 경제를 우려하기 시작했다. 또 중국과 사이가 벌어지면서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새로운 우려도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더딘 회복, 높아진 실업률과 저소득에 따른 결과로 이런 우려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에 더해 과거 제조업 일자리가 풍부했던 미국 경제에 대한 향수, 중국이 점차 이 분야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는 소위 ‘차이나 쇼크’도 겹쳤다. 2008∼2009년의 경기침체와 함께 ‘중국이 잠재적인 경쟁자’라는 생각이 무역과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자극했다는 관점에서, 일종의 미·중 관계의 붕괴였다. 그리고 이것이 미국의 정책을 초당적으로 변화시켰다.”

―최근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촉진하고 번영을 공유하는 목표를 가진 세계무역기구(WTO) 시스템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데.

“상황은 개선될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WTO는 회원 중심의 조직이고, WTO는 스스로를 부활시킬 수 없다. 만약 회원국들이 그 메커니즘이 작동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WTO는) 어떤 조치를 시행할 수 없다. WTO는 회원국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결정하는 토론의 장인 집합체다. 그리고 미국, 중국 그리고 몇몇 회원국이 이 제도의 목표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WTO는 최근 수십 년 동안 목표 달성 측면에서 비효율적이었다. 또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그리고 다른 회원국들이 WTO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바에 따라 WTO가 운영되는데, 이들 간의 합의가 없기 때문에 WTO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WTO를 대체할 새로운 국제무역합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무역협정, 무역기준을 설정하는 대안적인 방법으로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같이 단지 마음이 맞는 국가들끼리 분쟁을 판단하는 다양한 지역적 무역협정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미국은 WTO보다는 그런 협정이 체결되는 기구를 시작하는 것에 초점과 에너지가 집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에서 거대 야당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25만 원을 지원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한국 사회에서는 ‘퍼주기’ ‘포퓰리즘’ 논란이 뜨겁다.

“이 이슈가 한국만의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 미국과 서유럽, 기타 지역에서도 국민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정부에 의해 제공되는 보편적 기본소득이나 최저 소득 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관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내 생각에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고려해야 할 것은 ‘다양한 균형(various trade off)’일 것이다. 현금 지원책의 한 가지 이점은 과거 코로나19 사태 시절 현금지원으로 효과가 입증됐듯이 사람들에게 재정적 안정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재정적 지출이라는 단점이 있다. 현금 지원 정책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안정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경제시스템에 자리 잡을 경우 노동을 저해해 더 많은 정부 세입과 세출에 대한 우려가 될 수 있다는 양면성이다. 이런 점들은 균형을 이루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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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정부 경제자문委 무역정책 연구… 英 FT가 선정한 가장 저명한 무역학자

■ 더글러스 어윈 교수는

더글러스 어윈 미국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무역 정책과 자유무역의 흐름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경제학자다.

어윈 교수는 현재 대학에서뿐만 아니라 전미경제연구소(NBER)의 연구원이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비상근 선임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에서 무역 정책 문제를 연구했으며, 이후 워싱턴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국제금융부문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서는 미국 경제사협회(Economic History Association)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미 행정부나 경제기관에서 연구하던 시절 이후에는 주로 강의와 저술 활동을 통해 무역 분야에 관한 통찰력을 드러내왔다. 영국 일간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무역학자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어윈 교수가 지난 2017년 출간한 ‘통상을 둘러싼 충돌 : 미국 무역 정책의 역사’는 저명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미국의 국제 관계 전문지 포린어페어스가 꼽은 올해의 베스트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다른 저서 ‘공격받는 자유 무역’은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