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與野의 뒤바뀐 통신사찰 시비
헌재 결정 따른 사후 통지에도
무차별 조회 우려와 불안 증폭

가입자 단순 정보도 보호 필요
과도한 통신 조회는 인권 침해
검찰·국회·헌재 모두에 책임

2021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통신이용자정보 조회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고발 사주 의혹 수사와 관련하여 언론인, 정치인 등의 대규모 통신 조회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검찰의 통신 조회에 대해 유사한 논란이 되풀이된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찰이라고 규정하면서 공격하고, 검찰은 법률에 근거한 적법한 조치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사건이 이렇게 주목받고 있는 것은, 통신정보를 조회당한 직접 당사자들, 나아가 언제라도 비슷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수사상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직접 혐의자도 아닌 수천 명에 대한 통신 조회가 적절한 통제장치도 없이 이뤄지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개인의 통신정보에 대해 수사기관이 접근하는 방법은 도청 등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두 가지이다. 하나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얻어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신사업자에게 통신 조회를 요청하는 것이다. 통신 조회와 달리 통신사실 확인자료에는 통신이용자 정보 이외에 상대방 번호, 통화 시간 등 송수신의 구체적 사항이 포함된다는 차이가 있지만, 양자의 본질적 차이는 법원의 허가 유무이다. 이를 헌법재판소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요청은 강제수사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통신 조회는 임의수사로 구분하여 각기 정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다만, 통신 조회의 경우에 당사자에게 사후통지를 하지 않은 점은 위헌이므로 이를 개정하도록 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렇게 두 가지 제도가 거의 유사한 기능을 하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은 대체로 법원의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통신 조회를 선호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통신 조회가 연간 600만 건 이상 되는 등 오남용이 심각하다는 비판도 커진다.

전기통신사업자의 임의적 협조에 의한 정보 제공이라고 하지만, 통신이용자 정보의 주체는 해당 국민이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은 임의수사로서 정당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대해서도 비판이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어 사후통지 규정이 보완된 이후에도 개정 법률에 따른 검찰의 통신 조회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통신 조회를 한 검찰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의 오남용 문제 이후에도 해당 조항을 제대로 개정하지 않은 국회의 문제인가. 그도 저도 아니라면 국회의 법 개정에 대해 가이드 라인을 잘못 정해준 헌법재판소가 이런 문제의 근원인가. 지금 상황에서 어느 기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수사상 통신 조회의 필요성은 부인될 수 없다. 그러나 오남용이 문제가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과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지금 검찰도 통신 조회 자체가 아니라 과도한, 혹은 부적절한 대상에 대한 조회라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은, 개인의 통신정보가 절대 불가침은 아니지만, 수사상 필요라는 이유로 무제한 제공되어서도 안 된다는 점 때문이다. 즉, 수사상 필요에 의한 통신정보의 제공도 엄격한 기준에 따라 통제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장에 준하는 법원의 허가를 얻도록 한 것이다. 그러므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통신 조회가 이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피의자 등의 개인정보를 얻기 위해 압수·수색을 할 때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한데, 이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요청할 때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는 것이 이런 문제의 근원이다. 본인 동의 여부와도 무관하다.

유사한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상의 통신사실 확인자료 요청과 전기통신사업법의 통신 조회를 통합하여 일원화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논란과 관련해선 검찰이 비록 법률에 따른 합법적 행위를 했지만, 인권 침해 문제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 지적될 수 있고, 국회와 헌법재판소도 그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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