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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경기의 오산시, 충남의 논산시는 도시 규모라는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하지만 개항 이전만 하더라도 전국적인 명성을 갖진 않았으나, 지역에서는 꽤 알려진 장시가 있던 곳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경부선과 호남선의 철도역이 들어서면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해 오래된 고을의 중심지가 아니면서도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명칭에 당당히 들어가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1900년 11월 12일 경인선 개통을 시작으로 철도망이 한반도를 뒤덮기 시작했다. 이런 철도는 어쩔 수 없이 넘어가야 하는 고개가 아니라면 비용을 줄이고자 산과 산줄기가 있는 곳을 최대한 피해 건설했고, 평지의 철도역으로 가장 많이 선택된 곳은 조선 후기에 전국적으로 발달했던 장시였다. 장시는 장이 열릴 때만 가건물을 세우거나 좌판을 벌여 상행위를 하던 오일장 형태였다. 그래서 홍수 때만 물에 잠기고 그 외의 시기에는 넓은 공터가 형성되어 주인이 없던 하천가의 둔치를 중심으로 들어선 경우가 많았다.

충청도 공주 버드내의 한밭 마을 넓은 공터에 2·7장의 한밭장이 있었고, 한자 大(큰 대)와 田(밭 전)의 뜻을 빌려 大田場이라 표기했다. 경기 수원 오산천가의 오미란 작은 산 아래 넓은 공터에는 3·8장의 오미장이 있었고, 한자 烏(까마귀 오)의 소리와 山(뫼 산)의 뜻을 따서 烏山場이라 표기했다. 충청도 은진 논산천가의 놀미란 작은 산 아래 넓은 공터에도 3·8장의 놀미장이 있었고, 한자 論(논할 논)의 소리와 山(뫼 산)의 뜻을 빌려 論山場이라 표기했다. 세 장시 모두 경부선과 호남선의 철도역이 설치돼 급성장하는 행운을 얻는 대신 한밭, 오미, 놀미란 우리말 지명을 부르는 사람들의 숫자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명의 지명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우리말 지명이 한자 지명의 소리로 대체되는 현상은 고대부터 근대를 거쳐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다가 혹시 서울까지 경성으로 다시 바뀌는 것은 아닌지, 괜한 걱정을 해본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