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이렇게 채굴…‘아픈 흔적’ 한·일이 26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사진은 사도광산 내 채굴작업 전시 모습. 사도관광홈페이지 캡처

■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임박

외교부 “日정부와 합의 막바지”
日언론“조선인 노역 전시 합의”
유네스코, 내일 등재여부 논의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동원 현장인 일본 사도(佐渡)광산이 27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한·일 간 잠정 합의에 따른 것으로,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 등 선제 이행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 정부도 등재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정부는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선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일본 정부와 협의를 벌여왔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26일 “어려운 과정 끝에 한·일 간 합의가 막판에 다다랐으며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일 간 투표 대결 없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등재에 동의한 배경에 대해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이미 취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도 이날 “일본 정부가 니가타(新潟)현 사도광산 현지에 조선인 노동자가 일한 역사를 전시하기로 한국 정부와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관계자가 언급한 ‘이미 취해진 실질적인 조치’는 이 전시를 의미한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7일 사도광산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관례상 21개 위원국의 컨센서스(전원 동의)로 결정되는데, 한국도 위원국에 포함돼 있다. 일본 정부로선 한국 정부와의 합의가 절실했던 셈이다.

앞서 일본은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가 포함되지 않는 에도시대(1603∼1868년)로 한정해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 했다. 이를 두고 조선인 강제노역 시기를 배제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우리 정부는 전체 역사가 모두 반영돼야 한다고 공개적 반대에 나섰고, 양국 간 치열한 협의가 계속됐다. 지난달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전체 역사를 현장 수준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전시 전략을 책정해 시설·설비 등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의 실질적인 이행 조치 마련에 중점을 두고 합의를 벌였다. 일본은 2015년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탄광 등 근대산업시설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함께 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전력이 있다.

권승현·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