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서 번개로 발화 추정

로키산맥 등 캐나다 서부 지역에서 수백 건의 산불이 발생해 주민과 방문객 등 2만50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캐나다 정부는 인근 대피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급하게 이재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 마련에 들어갔다.

2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로키산맥에 위치한 캐나다 최대 국립공원인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최근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자, 앨버타주 당국은 공원 인근 주민들과 방문객들에게 22일 오후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또 1만900㎢에 달하는 재스퍼 공원 전체에 대한 소개령도 발령했다. 이에 따라 공원 인근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5000여 명과 휴가철 임시 노동자 5000여 명, 방문객 1만5000여 명이 대피하기 시작했다. SNS에는 2만5000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대피하면서 대피 차량 행렬이 23일까지 이어지는 영상과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캐나다 국립공원 관리당국은 소방 헬리콥터가 화재 지역에 물을 뿌리고 있으며, 오지에 갇혔을 수 있는 등산객에 대한 수색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앨버타주 전역에서 170건 넘게 발생한 이번 산불로 재스퍼 국립공원이 위치한 재스퍼에서 앨버타주 주도 에드먼턴으로 이어지는 동쪽 고속도로 접근이 차단됐고, 남쪽과 북쪽을 잇는 고속도로 역시 폐쇄됐다. 이에 재스퍼를 떠난 주민 중 상당수가 서쪽으로 120㎞ 떨어진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베일마운트로 대피했으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에서도 최근 300건에 가까운 화재가 발생한 탓에 이재민 수용 시설이 포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일마운트 관계자는 “인구 1000명이 살고 있던 우리 지역사회는 이미 꽉 찼다”며 “주차장, 대로, 운동장 등 자동차가 들어올 만한 곳에는 더 이상 빈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앨버타주 당국은 앨버타주 내부에 새로운 수용 시설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산불의 원인에 관해 토드 로우웬 앨버타주 산림부 장관은 “지금 발생한 산불 중 상당수는 번개로 인해 발생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산불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