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3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 민원실 앞에 지난 18일 숨진 이 경찰서 소속 A 경위를 추모하는 근조화환이 도열해 있다. 노지운 기자

관악서 청사 앞 ‘근조화환’ 도열
“근무환경 개선” 문구 등 제도 거론

업무 고충을 토로해온 30대 초반 경찰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안팎에서 과도한 업무량과 실적 압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사 부서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남의 일’이 아니라며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3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 민원실 앞에는 지난 18일 숨진 A 경위를 추모하는 근조 화환 40여 개가 간밤에 내린 비에 흠뻑 젖은 채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 다른 경찰관서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보낸 화환이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 통상적인 추모 문구 외에도 “젊은 수사관을 누가 죽음으로 내몰았나” “수사과 근무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등 제도적 문제를 거론하는 문구가 많았다. 일부 경찰관들은 고인의 순직 처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출근길에 화환을 한참 쳐다보던 한 경찰관은 “직접 같이 일해본 적은 없지만, 수사과 업무가 과중한 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묵혀 왔던 불만이 이번 사건으로 표면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악경찰서는 “유서에 업무 과중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며 “통합수사팀 수사관으로서 보유 사건이 특히 많거나 하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업무 부담을 사망 원인으로 지목하는 경찰관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경찰관은 “한 사람당 60건을 처리하면 제대로 된 일 처리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고, 다른 경찰관도 “보유 건수가 많은 담당 수사관에게 감찰, 전보제한 조치, 징계 등 무리한 압박을 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생전 고인이 사건 70여 건을 보유하고 있다며 자책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경찰관도 있었다.

일선 경찰서의 한 수사팀장은 통화에서 “수사관 한 명이 1년에 140∼150건의 사건을 처리하는데, 질보다 양으로 평가하니 다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평가 시스템이 유연하게 바뀌었으면 좋겠지만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조재연·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