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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도주우려 인정 구속 ‘이례적’
엔터·모빌리티 등 수사 가속도

‘SM엔터테인먼트(SM)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구속됐다. 그동안 김 위원장이 “SM 주식 장내 매수를 보고받고 승인했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강력 부인해왔음에도 검찰은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을 최소한 묵인했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다른 카카오 관련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시쯤 증거인멸·도주 우려를 이유로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도주 우려가 인정됐다.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을 직접 지시·승인했다는 증거를 검찰이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구속에 동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총 2400억 원을 동원해 SM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인 12만 원보다 높게 설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왔다. 실제 공개매수 마지막 날 SM 주가는 12만7600원으로 장을 마감했고, 하이브는 SM 경영권 인수에 실패했다. 다만 김 위원장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원아시아파트너스 자금 1100억 원이 투입된 2월 16, 17, 27일 부분은 빠지고, 28일 1300억 원에 대한 시세조종 혐의만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28일 열린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관련 안건을 보고받고 불법행위를 지시 또는 승인했다는 점에 집중하기 위해 이 같은 전략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건 김 위원장의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는 것”이라며 “사건 기록이 많은 만큼 가능하면 구속기한을 연장(최장 20일)하고 그 안에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SM 시세조종 의혹을 포함해 카카오 관련 의혹 4건을 수사 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드라마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당시 김성수 대표 등이 바람픽쳐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주기 위해 고가에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카카오모빌리티가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하게 해줬다는 ‘콜 몰아주기’ 의혹과 김 위원장과 카카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이 투자금 1500억∼3000억 원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수사 선상에 오른 상태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