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5 대선 공화당 후보로 공식 지명됐다. ‘신이 트럼프를 구했다’는 종교적 서사가 지지층을 결집시킨다는 현지 보도도 줄을 잇는다. 이와 관련, 많은 나라가 공통으로 우려하는 점이 있다. 바로 예측 불가능성 또는 불확실성 극대화를 기반으로 하는 이른바 트럼프식 ‘미치광이 전략’이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큰 그림이었는지, 아니면 국제 외교 무대에서의 주도권 장악 의도인지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으나, 이른바 ‘트럼프 안보리스크’임은 분명해 보인다.

동맹국이자 휴전 상태인 대한민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세심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우리의 국익과 상충하는 예측 불가의 정책들이 최소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핵협의그룹(NCG) 기능의 후퇴,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핵심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에도 안보 무임승차론을 거론하며 한국이 방위비 분담에 적극적이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

그러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첫째,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 및 이와 연계한 주한미군 철수 등 최악 상황을 상정한 시나리오별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한국·일본·독일의 방위비 분담 현황에 대한 비교분석 내용을 기반으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만들고 이를 협상안에 잘 담아야 한다. 더불어 ‘주한미군 2만8500명 이상 유지’라는 국방수권법(NDAA)이 훼손되지 않도록 의원외교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둘째,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 불과 한 달 뒤인 2016년 10월 19일 신설돼 8년째 진화를 거듭해 온 EDSCG의 기능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기점으로 하여 2023년 동맹 70주년을 맞아 한·미 양국은 동맹을 더욱 강화했다. 그 결과는 2023년 워싱턴선언·NCG 출범(4. 26),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8. 19)로 이어져 3국 공조에 의한 확장억제 체제가 더욱 강화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더해 지난 11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지침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해 ‘핵우산’이란 추상적인 약속을 문서화했다. 상시로 전략자산 전개를 논의할 수 있는 단계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셋째, 그럼에도 북핵 억제를 위한 ‘핵 대 핵’(nuclear for nuclear) 공약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핵작전지침에 관한 공동선언을 핵운용 내용을 담은 연합작계로 실효화해야 한다. 나아가 확장억제 관련 미측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한 최종적 보장으로 핵응징보복 약속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명문화하는 것도 적극 추진할 만하다.

끝으로, 북한의 핵 위협 대응과 관련해 확장억제의 정책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 핵 보복에 대한 의구심이 남아 있거나 북·러 간 군사 밀착이 가져올 위험성에 대비해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및 자체 핵무장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방위의 최선책은 핵무기 개발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필요하면 수개월 내 완성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는 일이다. 아울러, 차제에 미국과 협의해 핵추진잠수함 원자로 설계에도 착수할 수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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