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기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에 건립된 ‘경기주택도시공사(GH)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이 건물은 국내에서 가장 높은 모듈러 주택이다. GH 제공

■ GH, ‘고층 모듈러 시공’ 선도

용인 13층·106가구 입주에 이어
동두천 25층·200가구 착공 계획

건설 폐기물·소음 등 발생 적고
공사 기간 대폭 줄어 ‘친환경적’

국내 건설사·英기업과 기술교류
운송비 기준마련 등 연구도 활발

수원=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공장에서 상자 모양의 집을 만든 뒤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가져와 레고처럼 쌓아 올려서 조립하는 ‘모듈러(modular) 주택’ 시공 방식에서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 용인시에 국내 최고층인 13층 높이의 임대주택을 지은 데 이어 동두천시에 25층 높이의 임대주택을 짓기로 해 최고기록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2030년까지 전국에 모듈러 주택을 5000가구 이상 공급하기로 하는 등 GH가 모듈러 주택 확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GH는 오는 2026년 상반기에 동두천 지행동 공영주차장 부지에 25층·200가구 규모의 모듈러 주택 착공을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최근 임대주택이 중대형 평형으로 공급되는 추세에 따라 청년·신혼부부에 공급하기 위한 59㎡, 84㎡ 크기로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양시와 의정부시에도 고층 모듈러 공동주택 건립이 검토되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운반해 조립·설치하는 방식으로 짓는 주택이다. 건설 폐기물이나 소음·분진 발생량이 적어 친환경적이고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숙련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가 많아진 건설현장에서 안전 시공과 높은 품질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90% 이상이 재활용 가능한 철골 구조를 활용해 기존 건축방식보다 탄소 배출량이 44%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GH는 앞서 지난해 7월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에 13층 규모의 모듈러 주택으로 경기행복주택을 건립한 바 있다. 이 건물은 모듈러 주택으로는 세계에서 6번째로 높고, 국내에서는 가장 높다. 청년 80가구와 고령자 22가구, 신혼부부 4가구 등 총 106가구가 입주한 이 건물은 건축법상 내화 기준(불이 나도 버틸 수 있는 시간으로, 3시간 이상이어야 함)을 충족한 국내 첫 사례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8월 경기주택도시공사(GH)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입주식에서 김세용(가운데) GH 사장과 입주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GH 제공

입주자들도 주거환경에 만족하는 모습이다. 한국주거학회가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106가구 중 79가구를 상대로 POE(Post Occupancy Evaluation·입주 후 사용 중인 건축물이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사용자들의 반응을 연구하는 평가방식)를 실시한 결과 단열성능이 좋고, 결로 및 입주 시 발생하는 냄새가 적어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GH는 POE와 모듈러 공법의 설계·시공 분석을 통해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중고층 모듈러 주택 기본계획에 구조와 평면 등의 새로운 기준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GH는 중고층 모듈러 주택 확산을 위해 지난달 관련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 용역 결과를 통해 모듈러 공동주택의 구조 등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사업 타당성을 분석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동주택을 건립하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또 모듈러 주택 운송 및 시공기준을 마련, 공사비 산정 기준 및 감리업무 기준 마련 등을 위한 연구 자료를 확보해 앞으로 고층 모듈러 공동주택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민간과의 기술교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GH는 지난해 12월 현대엔지니어링·GS건설과 고층 모듈러 주택에 관한 기술 공유 및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모듈러 사업에 대한 기술 교류 △OSC(Off-Site Construction·모듈러 구성요소를 외부 공장에서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탈현장공법) 및 모듈러 고층화 기술 정보 교류 △탄소중립 확보 및 친환경 건설 기술 교류 △건설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선진기술 교류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건설산업의 패러다임 토론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영국 철골 모듈러 전문업체 ‘엘리먼츠 유럽(Elements Europe)’, 건축 설계사 ‘HTA 디자인 LLP’(HTA) 등과 고층 모듈러 주택 기술 교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엘리먼츠 유럽은 고층 모듈러 제조 및 건설 기술력을 보유한 고층 철골 모듈러 전문업체로, 영국 정부가 주택공급 전략으로 OSC 제조 방식을 채택하면서 고속 성장 중인 기업이다. HTA는 44층 규모의 ‘텐디그리스(Ten Degrees)’와 50층 규모의 ‘엔클레이브(Enclave)’ 모듈러 건물을 각각 설계하는 등 세계 최고층 모듈러 건축물 설계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김세용 GH 사장은 “미래 신사업 중 하나인 모듈러 공법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초고층 모듈러 분야에서 혁신적인 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