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군대 갈 바엔 감옥 가겠다” 이스라엘군의 초정통파 유대교도(하레디) 징집 계획에 반발하는 초정통파 청년들이 16일 ‘군대에 갈 바에는 감옥으로 가겠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고속도로 점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오는 21일부터 초정통파 청년들에게 입영통지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연합뉴스

대법 ‘면제 근거 없다’ 판결로
軍, 21일부터 통지서 발송 계획
구체적 규모·일정은 발표 안해
하레디, 고속도로 점거 등 반발

남부 가자지구와 북부 레바논에서 전투 수위를 높이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그동안 병역 면제를 받아온 초정통파 유대교도(하레디) 청년들에게 내주부터 입영통지서를 보낼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초정통파 청년들은 정부의 조치에 반발하며 이스라엘 주요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전국 각지에서 시위를 벌였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은 오는 21일부터 초정통파 유대교 청년들에게 입영통지서를 보내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조치는 “하레디의 병역면제 혜택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군 의무 복무가 모든 이스라엘 국민에게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난달 25일 대법원 판결에 근거한 것이다. 이스라엘에서는 남성(36개월)과 여성(24개월) 모두 의무 복무를 해야 하지만, 초정통파 유대교도들은 1948년 건국 이후 홀로코스트로 말살될 뻔한 유대 문화와 학문을 지킨다는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아 왔다. 건국 초기에는 초정통파 교도들의 인구가 많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최근 이스라엘군이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가자지구 전쟁 이후 병역 특혜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함에 따라 이들도 징집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얼마나 많은 초정통파 교도들에게 입영통지서를 보낼지, 언제부터 복무를 시작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휴전·인질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가자지구 공세의 고삐 역시 죄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 당국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인해 가자지구 중부와 남부에서 최소 57명의 주민들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지속적인 이스라엘의 공습이 중재국들의 협상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고, 이스라엘은 하마스 대원들을 소탕하기 위한 공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레바논 국경 지대에서는 이스라엘군의 전날 공습으로 어린이 3명 등 레바논 민간인 5명이 사망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헤즈볼라가 세 차례에 걸쳐 총 80발에 달하는 로켓을 이스라엘에 발사했다. 이 중 일부 로켓이 ‘아이언 돔’을 피해 건물을 타격했으나, 이스라엘 측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사망한 초병들의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이 가자지구·레바논·사마리아·요르단 등에 주둔하고 있는 대리 세력을 활용해 사방에서 이스라엘 침략을 계획하고 있다”며 “하마스가 포문을 너무 일찍 연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