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폭등했지만
공제한도는 27년간 동일
“세제 개편” 목소리 커져

지난 5년 새 국내 상속세 과세 대상이 2.4배로 급증하는 등 상속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게 상속세 대상이 늘어나면서 상속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일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 피상속인(사망자)은 1만9944명으로 2022년 1만5760명보다 4000여 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과세 대상 피상속인은 2019년 8357명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1만181명으로 처음 1만 명대를 넘어선 뒤 3년 만에 2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이 기준인 만큼 실제로 상속세를 부담하게 되는 배우자나 자녀 등을 고려하면 상속세의 영향을 받는 사람의 수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결정세액은 지난해 12조3000억 원을 기록, 2022년 19조3000억 원보다 7조 원 줄어들었다. 공시가격 하락으로 전년보다는 상속재산 가액이 줄어든 것이지만, 2013년 1조3630억 원과 비교하면 상속세 결정세액도 10년 새 9배로 늘어났다.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급증한 원인은 최대 10억 원인 공제 한도가 1997년 도입 이후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속재산 가액 규모 10억~20억 원 구간대의 신고 인원이 7849명(42.9%)으로 가장 많았고, 10억 원 이하를 물려받은 사람은 4722명으로 25.9%를 차지했다. 상속 규모가 급증한 원인으로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꼽히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됐던 중산층 등도 과세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2월 조세개혁추진단을 꾸리고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등 상속세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이달 중 발표할 세법 개정안에 상속세 개편안을 담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50%에 달하는 상속세율을 30%대로 낮춰야 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16일 한 방송에서 “상속세율을 최고 30%로 낮추고 종합부동산세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개편 방안을 밝힌 바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포럼에서 “상속세 제도 자체가 20년 이상 바뀌지 않아 합리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기본 인식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