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선 경영권 놓고 다툼

과거 장자 상속 원칙이 일반적이었던 재벌가에서도 창업주의 기업 지분 상속을 둘러싼 2~3세의 경영권 분쟁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법정싸움으로 번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미약품 그룹은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이 별세한 이후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임 회장의 유산을 상속받은 부인 송영숙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했지만, 아들 임종윤 이사와 임종훈 대표가 반발하면서 양측이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서 격돌했었다. ‘배우자 1.5 대 자녀 한 명당 1’의 상속 비율을 적용해 지분을 나눌 경우 한쪽이 압도적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해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아워홈도 남매들 사이에서 합종연횡이 일어나면서 경영권이 몇 차례 바뀌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조양래 명예회장이 지난 2020년 차남 조현범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하자,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과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반발했다. 조 고문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함께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를 시도했다. 조 이사장은 조 명예회장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내린 후계자 결정이 아니라는 취지로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형사사건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있다. 효성그룹에서는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제간 갈등으로 회사를 떠난 뒤, 형인 조현준 회장을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한 형사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다. 조 회장도 조 전 부사장을 공갈미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법무법인 세종 박기범 변호사는 “기업 지분을 이전하는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인들이 분할 상속받고, 상속세율도 높기 때문에 대주주의 지분이 희석된다”며 “상속인 간 형평이 중요하지만,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 존속과 경쟁력 강화 면에서는 기업 경영권의 안정적 승계를 위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강한 기자 str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