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바이든 가족 한자리에　 조 바이든(왼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29일 부인 질(오른쪽) 여사와 손녀 나탈리(〃첫 번째), 피네건(〃세 번째)과 함께 뉴저지주 벌링턴에 위치한 맥과이어 공군기지에서 전용기에 탑승하기 위해 걸어가면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토론 참패후 ‘위기의 바이든’

“인지력 등 직무 수행에 부적격”
美 유권자 10명중 7명이 응답
민주 내부 “인의 장막 걷어내야”
당지도부는 ‘사퇴 진화’ 팔걷어

이미지 크게보기

워싱턴 = 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대선 TV토론에서 참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출마 반대 여론과 대선 패배 가능성이 커지고, 주류 진보언론·민주당 고액후원자 등을 중심으로 사퇴론이 확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완주 의사를 분명히 하고,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당 지도부와 측근·원로들이 지지 선언에 나섰지만 여론 악화에 후보 사퇴론을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은 계속될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CBS뉴스가 여론조사업체 유거브와 함께 TV토론 직후인 지난 28∼29일 등록유권자 1130명을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72%가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 출마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반면 출마해야 한다는 응답은 28%에 불과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일할 수 있는 정신건강·인지력을 가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2%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그렇다(27%)보다 훨씬 많았다. TV토론 다음 날인 28일 실시돼 이날 공개된 진보싱크탱크 데이터 포 프로그레스와 서베이USA 여론조사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각각 3%포인트, 2%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돼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민주당 안팎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TV토론 이후 사설 등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를 압박해 온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주류 진보언론들은 이날 역시 사퇴를 촉구했다.

민주당 내부와 바이든 대통령 주변에서도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은 “모두에게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 당의 모든 수준에서 매우 정직하고 진지하고 엄격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지지자인 제이 파리니도 “나라와 당을 위해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고 결단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인의 장막’에 가려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당 최대 후원자 중 한 명인 존 모건은 SNS를 통해 론 클레인 전 백악관 비서실장·아니타 던 전 백악관 선임고문·개인변호사 밥 바우어 등을 거론하며 “바이든은 너무 오랫동안 던과 그의 남편(바우어)의 가치에 속아 왔다. 그들은 물러나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 이어 이날 재차 중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온 마음과 영혼을 다해 믿지 않았다면 다시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트럼프는 내 일생에서 본 것 중 민주주의에 가장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나는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와 측근들은 이날 일제히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사퇴론 진화에 나섰다. 펠로시 전 의장은 “누가 그걸 요구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것(후보 사퇴 요구)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고 짐 클라이번 하원의원도 “그는 (대선) 레이스에 남아야 한다. 국가를 이끄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선거캠프 역시 TV토론 이후 사흘 만에 3300만 달러(약 456억 원)의 후원금이 모였다며 교체설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