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검사 항목서 제외
제도적 사각지대 방치 지적

대형 화재로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시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검사기관으로부터 9번이나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검사’를 받았지만, 번번이 ‘이상 없음’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는 리튬의 경우 현행법상 ‘유해화학물질’이 아닌 탓에 검사 항목에서 제외돼, 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아리셀은 2018년 준공 후 현재까지 공단으로부터 9차례에 걸쳐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검사를 받아 왔는데, 그 가운데 이상이 발견된 사례는 없었다.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인 아리셀은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공장 운영 허가나 정기 안전점검을 받도록 돼 있다. 한국환경공단 등 검사기관이 검사를 수행해 한강유역환경청으로 결과를 통보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번 화재의 핵심으로 주목되는 리튬의 경우 유해화학물질이 아니어서 현행 규정상 검사기관의 검사 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전지 전해액으로 사용되는 염화싸이오닐 등의 화학물질만 검사 대상이 됐다.

리튬은 직접 불로 가열하거나 분해하지 않는 이상 상온에서 산소와 결합해도 발화할 가능성이 낮고 물질 자체의 독성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상 유해화학물질에서 제외돼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은 충격을 받지 않으면 비교적 안전하지만, 문제는 불이 났을 때 대량의 유독가스가 발생하는 등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리튬의 사용처가 대폭 확대된 만큼 화관법을 개정해 관리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반응성이 큰 물질에 대해 부처 간에 사고 위험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아리셀이 최근 5년간 당국으로부터 단 한 번의 산업안전감독도 받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아리셀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감독은 최근 5년 동안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고용부는 2022년 아리셀에 대한 근로감독은 실시했지만, 그때도 불법 파견 문제는 밝혀내지 못하고 성희롱 예방교육 내용 미게시 사실만 적발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