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의료계 파업 엄정대응

공정거래법 위반 신고서 제출
교수들에 구상권 청구도 요청

정부가 각 병원에 교수들의 집단휴진으로 손해를 입으면 의사들에게 구상권 청구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오는 18일 개원의 휴진을 주도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상대로 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을 준용하는 의대 교수들의 전면휴진은 의료법과 형법상 모두 불법이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병원 손실에 대해 구상권 청구 요청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반면 집단 휴진한 의대 교수들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복지부는 각 대학병원장에게 일부 교수의 집단휴진에 대한 불허를 요청했으며, 진료 거부가 장기화돼 병원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구상권 청구 검토를 요청했다. 의사가 환자 동의나 치료계획 변경 등 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를 취소·지연할 경우 의료법이 금지하는 ‘진료 거부’에 해당된다.

정부는 병원이 집단 진료휴진 상황을 해결하지 않은 채 방치한다고 판단될 때는 건강보험 선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5월부터 경영위기에 처한 대학병원에 건강보험 급여 30%를 선지급하고 있다. 하루 평균 수억∼10억 원대 적자를 내고 있는 병원으로서는 건강보험 선지급이 제외되면 재정 여력이 사라진다.

정부는 의협을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조항을 적용해 신고했다. 의협이 개별 사업자인 개원의를 동원해 공정거래법상 금지 행위인 담합을 강요하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병원 소속 근로자인 전공의·의대 교수는 사업자에 해당하지 않지만, 전공의 과정을 마친 개원의는 사업자에 해당한다. 공정거래법 제51조(사업자단체금지행위)는 사업단체가 사업 내용이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각 사업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의협이 개별 사업자인 개원의에게 (집단 휴진 등으로) 의료 서비스 자체에 차질을 가져오는 행위를 강제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행위의 일환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총파업을 주도한 의협 회장은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아 의사 면허가 취소된 바 있다.

의협이 개원의들에게 휴진 참여를 요청 혹은 독려했거나 직·간접적으로 휴진을 유도한 경우라면 법 위반 가능성은 커진다. 앞서 의협은 전체 회원 13만 명을 대상으로 총파업에 참여해달라는 서신을 보냈으며 지난 15일에도 “네이버플레이스로 병의원 휴무 설정을 하고 지원 차량을 타고 총파업에 참여해 달라”는 문자를 발송했다.

권도경·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