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텅 빈 서울대 어린이병원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교수들이 1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하기로 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 로비가 텅 비어있다. 윤성호 기자

■ 서울대병원 무기한 전면휴진

응급실 찾은 50대 담도암환자
“지난 4일간 의사 한명도 못봐”
환자들, 진료 지연에 울화통

정부, 휴진교수 행정처분 검토

정부가 18일 개원의 집단행동을 주도하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신고서를 17일 제출했다. 서울대병원이 무기한 총파업(전면휴진)에 들어가도 응급·중증환자 진료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의료 현장에선 중증질환자 피해가 속출했다. 정부는 이날 전면 휴진에 동참한 서울대의대 교수 등에 대해선 의료법 위반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한 병원 내부 징계를 추진하는 동시에 행정처분을 별도로 내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날 오전 공정위에 의협에 대한 사업자단체금지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 복지부는 이날 관련 증거자료와 공문도 함께 냈다. 근거법은 공정위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이다. 의협이 개별 사업자인 개원의를 동원해 공정거래법상 금지 행위인 담합을 강요하고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대의대 병원에선 전면 휴진을 앞둔 지난 주말부터 응급실에서 제대로 된 진료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실 근처에서 만난 50대 A 씨는 “담도암 수술 후 합병증 탓에 지난 14일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들어왔다“며 “파업 중에도 응급실을 운영한다고 했는데 14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의사)을 못 봤다”고 말했다. 갑상선암 환자 B 씨는 “오는 20일 외래 진료가 7월 11일로 변경됐다고 통보받아 약이 부족해 타러 나왔다”며 “화가 치솟지만 환자는 그냥 무턱대고 당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80대 노모와 함께 온 보호자 C 씨는 “모친이 뇌경색, 당뇨, 허리 디스크 등을 앓고 있는데 지난 4월로 예약된 재활의학과 치료가 내년 9월 18일로 연기됐다”고 말했다. 그는 “백내장으로 앞을 못 보고 계신 부친도 병원에서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수술을 못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진료 현장이 엉망진창이라고 하는데 의료법 위반이나 진료 거부로 피해를 본 환자가 있다면 고소·고발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도경·유민우·노지운·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