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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란 예능 프로그램에서 허허벌판의 도시에만 살던 외국인이 서울을 처음 방문해 북쪽에 우뚝 솟은 북한산을 보고는 깜짝 놀라는 장면을 여러 번 봤다. 세계에 산은 많고, 북한산보다 더 멋진 산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북한산만큼 멋진 산이 가까이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도시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뉴욕, 워싱턴, 파리, 런던, 베를린, 모스크바, 시드니, 방콕 등등 수많은 세계적인 도시가 산이 저 멀리 물러간 허허벌판에서 번영한다. 그러니 서울과 북한산이 어우러진 풍경은 세계 속의 도시 서울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홍보할 수 있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서울 북쪽에 있는 산을 북한산으로 지칭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초대형의 북한산성을 대대적으로 수축했던 조선 숙종(재위 1674∼1720) 때부터다. 조선 전기 인문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1531)에 기록된 이 산의 대표 이름은 삼각산(三角山)이다. 백운대·인수봉·만경대의 세 봉우리가 거대한 뿔처럼 하늘 높이 솟은 산이란 의미인데, 멀리서 보면 실제로 그렇게 보인다.

아주 오래전부터 북한산이 백운대·인수봉·만경대의 뿔 세 개가 아니라 백운대와 인수봉의 소귀 두 개처럼 보인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멀리서가 아니라 두 봉우리 아래쪽 가까이 가서 보면 실제로도 그렇게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두 봉우리 밑의 마을 이름을 ‘소귀’로, 두 봉우리에서 발원해 동남쪽의 중랑천으로 합류하는 하천 이름을 ‘소귀내’로, 그 마을에서 산 너머 양주시 장흥면으로 넘어가는 고개 이름을 ‘소귀고개’라고 불렀다. 문헌과 지도에서는 牛(소 우), 耳(귀 이), 里(마을 리), 川(내 천), 嶺(고개 령) 등의 한자 뜻을 빌려 牛耳里(우이리), 牛耳川(우이천), 牛耳嶺(우이령)으로 표기했다. 일제강점기 이후, ‘소귀’와 ‘소귀내’는 우이동과 우이천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소귀고개’만 외로이 북한산 둘레길을 지키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