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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세한도’(歲寒圖)를 기증한 손창근 씨가 지난 11일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95세.

아들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에 따르면 고인은 마지막 순간에 소식을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으며, 가족들은 뜻에 따라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1929년생인 고인은 문화유산을 수집해 온 미술품 소장가이다. 개성 출신 실업가인 부친 손세기(1903∼1983) 선생과 함께 대를 이어 모은 ‘손세기·손창근 컬렉션’을 2018년 11월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당시 고인은 ‘용비어천가’ 초간본, 추사 김정희의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 등 총 304점의 유물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어, 2020년 ‘세한도’까지 조건 없이 박물관에 내놓았다. 세한도는 1844년 추사가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그린 것으로, 자신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먹과 거친 선으로 표현한 걸작이다.

고인은 기부 활동으로도 주목받았다.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연구 기금 1억 원을 쾌척했고, 2012년 경기 용인 일대의 임야 약 200만 평을 산림청에 기부했다. 2017년에는 카이스트에 50억 원 상당의 건물과 1억 원을 전했다.

2020년 문화훈장 가운데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