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021년 11월 15일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당시 CCTV 영상. 피해자 측 제공

"여론 치우쳐 과한 징계" 주장…법원 "경찰관 품위 크게 손상"


지난 2021년 ‘인천 흉기난동’ 사건에서 현장을 이탈하는 등 부실하게 대응해 해임된 경찰관이 소송을 냈으나 2심에서도 패소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 정준영·김형진·박영욱)는 최근 전직 경위 A 씨가 인천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는 2021년 11월 15일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당시 현장에서 부실하게 대응해 경찰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당시 출동했던 A 씨와 순경 B 씨는 빌라 4층에 살던 50대 남성이 아래층 거주자인 40대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데도 가해자를 제압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다.

피해자는 흉기에 목을 찔려 의식을 잃고 뇌수술을 받았고, 이런 사실이 보도되면서 인천 경찰은 큰 비난을 받았다. A 씨는 "피해자들을 계획적으로 방치한 게 아니고 가해자의 흉기 난동 이후 순간적으로 대처를 잘못한 것으로, 여론에 치우쳐 과한 징계를 했다"며 해임 취소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경찰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직무인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이는 중과실에 해당하는 직무 태만으로 해임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는 후배 경찰관 B 씨로부터 가해자가 칼로 피해자의 목을 찔렀다는 사실을 전달받고도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현장에 가지 않고 빌라 밖 주차장으로 나갔다"며 "피해자를 구하지 못한 사이 피해자의 가족도 상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도 "A 씨와 B 씨는 권총과 테이저건 등을 갖고 있었고 수적으로도 우세해 가해자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며 "경찰관으로서의 품위를 크게 손상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B 씨도 별도로 해임취소 소송을 냈으나 올해 3월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노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