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수만 전 SM 총괄이 30일 오전 서울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 총회’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박윤슬 기자

■ 이수만, 국제저작권단체연맹 서울총회서 기조연설

“무명 창작자들 보호장치 없어
창의성 악화로 문화발전 저해
AI챗봇·아바타 등 실명제로
불법복제·표절 등 근절시켜야”

“인공지능(AI) 시대는 저작권자에게 ‘전쟁의 시대’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 창립자인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가 AI 시대를 맞이하는 K-팝 시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2024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 세계 총회’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 전 총괄은 “가수로서, 작사·작곡가로서, 프로듀서로서 SM엔터테인먼트라는 기업을 만들어 가요계를 산업화하고 K-팝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한국의 아이돌 산업을 세계화하는 여정을 거쳐왔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제가 오랫동안 이야기한 컬처(문화)와 테크놀로지(기술)의 융합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다.

이 전 총괄은 AI 기술 진화에 따라 △저작권 침해 △불법 복제 및 배포 △표절 등의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며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많은 창작자들이 보호장치 없이 세상에 그대로 노출됐다. 이는 창작자들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수익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창의성이 중요한 문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AI 챗봇의 폐해를 짚으며 “AI 챗봇과 아바타, 로봇 등에게도 일종의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거나 ‘실명제’화 할 필요가 있다”면서 “AI 세상은 창작자들에게 엄청난 기회이자 저작권자에겐 전쟁의 시대다. 콘텐츠 생산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당초 이 전 총괄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단상에 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11시가 넘도록 행사장에 도착하지 않아 예정되지 않은 연사가 마이크를 잡고, 10분간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등 어수선한 진행으로 빈축을 샀다. 또한 취재진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이 전 총괄이 공식석상에서 K-팝에 대한 의견을 낸 것은 지난해 하이브와 카카오의 SM 인수전이 벌어진 후 처음이다. 이 때문에 그가 현업 복귀를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총괄은 최근 개인 회사 ‘블루밍 그레이스’를 통해 ‘A20 엔터테인먼트’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하지만 이 전 총괄이 지난해 SM 보유 주식을 하이브에 매각하면서 국내에서 3년간 음반 프로듀싱을 하지 않겠다는 ‘경업(競業) 금지’ 약정을 맺었기 때문에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이날 총회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추가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마르셀로 카스텔로 브랑코 CISAC 이사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유 장관은 “2008년 장관 재직 당시 저작권 감시 대상국이었던 한국의 관련 법안을 정비해 저작권 청정국이 됐기 때문에 이 자리가 더 뜻깊다”면서 “향후 창작자가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축사를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