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수완박’ 2년간 문제점

6개월 넘는 사건처리 비율
3년새 5%서 13%로 급증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주도한 검찰 수사권 축소는 수사 지연, 반부패 수사 역량 약화 등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전반적인 수사기관의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검찰 견제라는 정치적 목적으로 수사권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검찰 등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형사소송법이 잇따라 개정되면서 검찰 직접 수사 범위가 축소됐다. 지난 2021년 시행된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사건으로 줄어들었고, 이듬해에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검수완박법을 통과시키면서 부패·경제 범죄로 수사권이 더 축소됐다. 수사를 개시한 검사가 공소 제기를 할 수 없도록 하고, 경찰에서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보완수사 규정도 바뀌었다.

민주당은 2022년 대선 패배 이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 검수완박법을 밀어붙였고, 같은 해 5월 3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공포했다. 당시에도 민주당에서는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로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일부 수사 범위가 복원됐지만, 과거에 비하면 검찰 수사권은 크게 줄어들었다.

문제는 이 같은 ‘검찰 힘 빼기’ 법률이 준비 없이 시행되면서 범죄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 수사 역량 강화 방안이 함께 시행되지 않고, 검찰 수사권만 박탈한 것이다. 사기범죄 검거율은 지난 2017년 79%에 달했으나,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사라진 2022년 58%대로 급락했다. 경찰에서 처리에 6개월을 넘긴 사건 비율은 2019년 5.1%에서 2022년 13.9%로 늘었다. 경찰에서는 업무량 과다 등을 이유로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발생했고, 변호사 업계에서도 수사 전문성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모성준(48·사법연수원 32기) 대전고법 판사는 최근 출간한 저서 ‘빨대사회’에서 “국회가 앞에서는 형사 정의를 부르짖으면서도 뒤로는 사기 범죄 조직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어렵게 하는 법률을 지속적으로 통과시켰다”면서 “수사 흐름에 따른 오너십(수사 주체) 승계 구조를 해체함으로써 수사 기관의 수사 역량을 대폭 축소시켰다”고 지적했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